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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 파병 문제에 관해 소치형(정치대·정외) 교수를 만나“미 주도 다국적군 파병 반대, 불가피하다면 비전투병을”
홍미진 기자 | 승인 2003.10.06 00:00

▲ © 김혜진 기자
최근 미국이 우리나라에 전투병 파병을 요청한 후, 이에 대한 찬반 논의가 뜨겁다. 이 논의는 이라크에 파병하는 것이 국익에 얼마나 도움이 될것이냐가 핵심인 듯 하다. 그러나 ‘국익’ 문제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파병문제를 둘러싼 복잡한 국제관계. 이에 관해 정치대 정치외교학과 소치형 교수의 의견을 들어본다.      - 편집자 풀이 -

△최근 미국의 이라크 전투병 파병 요구에 따라 찬반 논의가 한창이다. 이라크 파병에 대한 논의는 이라크전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라크전에 대한 입장은?

이번 이라크전이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우월주의·일방주의에 의해 발생한 국제적 대사건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사실이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미국은 이라크전 종료 후 각 나라에 전투병 파병을 요청하고 있다. 현재 이라크 인들의 저항이 미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인가?

그렇다. 미국은 혼자서 이라크 문제를 해결할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은 계속해서 무역 적자를 기록했고 그 동안의 이라크전으로 인적·물적 자원을 많이 소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국의 군사력을 빌려야 하는 상황인데 부시에게는 시간이 부족하다. 내년 재선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시는 국제사회에 이라크전의 정당성을 설득시키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지원병을 받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이라크전을 베트남전과 비교한다면?

당시 베트남전이 사회주의와 민족주의 사이의 이데올로기적 충돌이었다면, 이번 이라크전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당시 베트남전이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채, 미국이 단독적으로 개입해 일어난 전쟁이라는 점과, 그 개입방법이 군사적 무력이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할 수 있다.

△이라크 파병이 북핵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렇다. 우리가 파병을 한다면 북한은 ‘미국의 팽창에 자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순응만 하냐’며 비판할 것이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상대로서 남한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따라서 파병문제는 그만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관계 때문에 이라크에 파병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해서?

우선 ‘한미동맹’은 이라크 파병문제와 관련이 없다. 한미동맹은 한국과 미국이 군사적 침략을 당했을 때 서로의 나라에 국사적인 원조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라크전은 미국이 침략을 당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이 일방적으로 침공한 것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이 경우에는 한미동맹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과 우리가 동맹을 맺은지 50년이 넘었다. 이 기간은 양국간에 정치·문화·경제 차원에서 대단히 우호적인 관계가 구축되어 왔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우선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으로 파병한다면 ‘반대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대부분의 여론이 답하는 것처럼 결국 파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파병을 한다면 명분과 국익을 모두 챙겨야 한다. 지금의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을 파병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으로 파병해야 한다면 공병이나 의료병과 같은 비전투병만 파병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러나 UN 평화유지군 차원에서 파병을 한다면 이것은 긍정적으로 본다. 우선 명분을 세울 수 있고, 원유의 안정적인 공급이나, 전후 복구사업권을 따내는 등의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미동맹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가?

우선 이번 이라크전을 계기로 미국의 위상은 상당히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세계의 보편적인 질서를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전쟁과 같은 무력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이것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에 대한 이미지를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은 여러 측면에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미국 세계전략의 기본을 군사력에 두는데 특히 한국의 군사력을 매우 신뢰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은 한미동맹을 매우 중시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북핵문제가 걸려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미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측면에서도 한미동맹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파병문제에 대한 의견은 여러 가지가 있다. ‘국익을 위해 파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명분 없는 침략전쟁이기 때문에 파병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이라크전이 석유와 패권을 목적으로 한 미국의 일방적인 침략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여론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전후 복구과정에서의 소위 ‘국익’은 이라크전의 본질보다도 파병에 관한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힘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국제사회에서 이는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국익’이라는 이름 아래 무구한 생명을 희생시킬 수 있는 면죄부가 존재하는 사회가 진정으로 인간을 위하는 사회인지는 진지하게 재고해야할 것이다.

홍미진 기자  h-logall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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