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불신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지난 연말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발표한 우리사회 신뢰 수준의 실태 조사에 따르면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아주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0점을 불신으로, 10점을 신뢰로 평가했을 때, 국민들의 신뢰도는 평균 4점 안팎이었다.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4점인 것과 비슷하다니, 가히 그 수준을 알 수 있다. 특히 정치권(국회와 정당)과 정부는 3점대로 국민들이 가장 신뢰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권의 소모적 공방과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은 사회 지도층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을 낳고 민심을 떠나보내고 있다. 이는 믿음이 결여된 사회를 만들며 갈등을 빚게 해, 화합과 발전보다는 붕괴의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 사이에 맺은 관계에서 신뢰는 매우 중요한 요건이다. 가정이든, 대학이든, 사회적 관계에서 신뢰가 무너지고 한번 불신하기 시작하면 다시 회복하기까지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작은 사회라고 불리는 대학에도 ‘불신’이 팽배해 있다. 지난해 우리대학에서도 학생, 교수, 직원 사이에 불신하는 모습이 많이 나타났다. 학생들은 행정서비스 불편을 토로하며 직원을 불신하고, 강의 및 학생지도에 성실하지 못한 교수들을 불신한다. 교수와 직원도 마찬가지다. 교수들은 변화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직원사회가 여전히 경직되어 있고 불친절하다고 불신한다.

올해 신축건물의 완공으로 공간 재배치가 이뤄지면서 여기저기서 문제가 불거졌다. 공간 활용에 대해 학생들과 대학본부가 의견 차이를 보이고, 원활한 대화가 이뤄지지 못해 갈등이 더욱 심화됐다. 학생들은 대학본부가 학생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채 일방통보를 한다는 입장이며, 대학본부는 교수연구실 등 우선순위가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요구만 들어줄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학생과 대학본부의 의견 차이에는 이미 서로 ‘어떠할 것이다’라는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학생들은 대학본부가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대학본부는 학생들이 계속 요구만 할 것이라고 말이다. 이렇게 깊숙이 뿌리박혀 있는 불신은 등록금 문제를 논할 때 가장 여실히 나타난다. 등록금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도 있지만 매년 서로가 불신하는 가운데 대화가 이뤄지기 때문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불신은 갈등을 초래할 뿐 결코 발전을 위한 길이 아니다. 지난해 개교60주년을 맞은 우리대학은 지속적인 발전계획과 비전을 제시하며 발전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리고 발전을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의 합심이 필요하다고 매번 강조하고 있다. 정말로 발전을 원한다면 더 이상 말뿐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구성원들 사이의 불신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극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이 국가발전과 사회통합을 위해 불신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하듯, 새해에는 우리대학이 구성원들의 상호신뢰 회복에 의해 진정한 대학발전의 길을 가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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