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3일, 한미재계회의에서 보니 리처드슨 미영화협회(MPAA) 부사장이 “스크린쿼터는 현행의 40%에서 20% 정도로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미국 측의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98년에 문제되었던 스크린쿼터 축소가 다시금 사회의 화두가 되었다.

이런 가운데, ‘스크린쿼터문화연대’는 논평을 통해 문화는 상품이 아니라며 스크린쿼터를 지키고 한미투자협정(B.I.T)을 저지하기 위해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에 일각에서는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면 한미투자협정이 체결될 것이고, 그러면 당장 가시적으로 미국과의 교류가 원활해져, 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이익을 볼 것이라는 쿼터 축소에 찬성하는 입장도 있다.

지금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스크린쿼터란 과연 어떠한 제도인가. 스크린쿼터는 국산영화 의무상영제도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외국영화의 지나친 시장잠식을 방지하고, 자국영화의 시장확보가 용이하도록 해주는 자국영화 보호와 육성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이다. 지금 우리 나라 의무상영일수는 전체 상영일수의 40%인 146일이다. 그러나 여기에 문화부 장관의 재량으로 1년에 20일을 할인해주고, 설이나 추석 등의 성수기에 한국영화를 걸 경우에는 다시 20일을 할인해, 실질적으로는 40일이 줄어들어 전체의 30%정도인 106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0%로 축소하라는 것은 폐지하라는 소리와 다름없다.

지난 달 29일 국정감사에서 심재권 의원(민주당)은 “최근 한·미 재계 연례회의에서 경제계와 정부 고위인사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 측의 입장을 대변해 스크린쿼터가 마치 한미투자협정의 장애물인 것처럼 언급한 데 대해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고 언급하면서 “영화는 한 나라의 문화 정체성과 예술 역량이 결집되어 있어 대중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면에서 다른 일반 상품과는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의 말대로 영화는 문화이다. 그러나 미국은 경제논리를 앞세워 문화인 영화도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다.

스크린쿼터가 폐지되거나 축소되면 우리영화의 제작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우선 돈이 안되는 영화들의 제작은 일단 전면 중지된다. 즉 <취화선>, <고양이를 부탁해>, <와이키키 브라더스> 같은 영화는 제작 자체가 안된다. 극장에 걸 기회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제작되는 우리영화들은 <색즉시공>, <조폭 마누라> 같은 섹스 코미디, 조폭 코미디가 전부일 것이다. 즉 스크린쿼터는 단순히 우리영화를 지키는 담벼락이 아니라 우리영화의 원활한 생산을 가능케하는 수단이고, 할리우드 직배사의 대자본이 우리영화시장을 독점하지 않도록 막아내는 방파제이다.

방파제가 사라진 우리영화는 멕시코의 영화산업과 같이 몰락할 것이다. 멕시코는 미국의 강압에 의해 결국 단계적으로 스크린쿼터를 축소했다. 그 결과 멕시코의 영화산업은 전멸하다시피 되었다.

영화는 오락이며 상품이기도 하지만 문화라는 측면이 강하다. 또한 영화는 타 매체에 끼치는 영향이 실로 막강한 문화매체이다. 일제가 민족혼을 말살하기 위해 한글 사용을 금지했듯이, 미국은 할리우드 영화에 의해 우리의 문화를 말살하고 우리를 지배하려고 한다. 지금 우리는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스크린쿼터 폐지, 축소를 떠나 우리는 주체적으로 우리의 문화를 생산하고 보호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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