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가끔 뛴다. 울적할 때, 답답할 때, 공부가 잘 안될 때. 동네 한 바퀴를 도는 것은 책상 앞에 몇 시간동안 앉아서 고민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한번 뛰고 나면, 세상은 주체할 수 없는 역동성으로 충만해 있다. 미래에 대한 고민과 불안은 어느 새 날아가고, 긍정적인 태도로 현실에 전념하게 된다.

 정신과 육체는 별개라고 믿기 쉽다. 운동 직후의 상쾌함은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법 하지만, 그게 운동 때문인지, 단지 그날따라 기분이 좋은 건지에 대해선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다. 하지만 규칙적인 운동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입증 된지 오래다.

우울증 환자의 대다수가 운동을 통해 우울증을 극복했으며, 실제로 운동이 마약에 가까운 정신적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일정한 달리기 후에 찾아오는, '러닝 하이'라고 불리는 현상은, 육체적 고통을 잊게 해줄 뿐만 아니라, 세상 끝까지라도 달리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이는 몸을 건강하게 할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하고, 집중력을 높여, 전반적인 학습 능력까지 향상시킨다.

운동의 이러한 효과를 알기 때문일까, 선진국에서는 공부 못지않게 운동을 장려한다. 교내에 각종 체육시설을 구비한 것은 물론, 체육 관련 교과목도 국내에 비해 월등히 많다. 전반적으로 스포츠를 즐기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으며, 운동을 한 경력이 대학 입학에 가산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반해 국내의 경우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주차장 아스팔트에 농구대가 있고, 초록빛 잔디 구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운동을 한다는 것은 일부 체육 특기자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며, 대부분의 학생들이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속칭 ‘폐인’이라 불리는 학생들은 의미 없는 시간을 보냈음을 후회하면서도, 그것이 하루 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교수 1인 당 학생 수, 논문게재 수, 학생 교육비. 대학들은 이러한 가시적인 결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건강한 학생을 양성하는 것이다. 학업 성취도가 스포츠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학교 차원에서 이를 장려하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모두를 잃는 것”이라 했다. 건강한 대학 또한 건강한 학생에서 비롯되는 법이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