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변덕스러운 날씨에 우산은 필수품이다. 우산이라도 없는 날이면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에 내 모든 것을 노출시킬 수밖에 없으니 여간 찜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소나기가 내리던 날, 은희도 그랬다. 빨아서 말리자마자 입고 나온 회색 웃옷이 비에 젖자 불쾌해졌다. 어깨 부분부터 진한 회색으로 옷 색깔이 변해갔다. 강의실에 도착하니 청바지 밑단 색깔도 빗물이 올라와 진해져 있었다. ‘어머머, 바지도 다 젖었네.’ 한숨 푹.

왜 옷이 물에 젖으면 색깔이 진해질까? 색깔이 눈에 보이는 것은 그 색깔만 반사되고 나머지는 흡수되기 때문이다. 옷감은 자세히 보면 많은 털(보풀)이 있다. 일단 옷감에 도달한 빛은 옷감에서 반사되게 되는데, 보풀로 인해 산란된다. 즉, 반사된 빛이 곧바로 눈으로 오는 것도 있지만 다양한 방향으로 반사돼 빛이 분산되는 난반사가 일어난다. 그런데 옷감이 물에 젖으면, 보풀이 물의 표면장력으로 인하여 옷감에 들러붙게 되고 난반사를 줄여주기 때문에 훨씬 많은 빛이 눈으로 들어온다. 그래서 색이 진하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약간 마른 땅에 비해 비온 뒤 젖은 땅과 비온 뒤 아스팔트길이 더 어두워 보이는 것도 같은 원리다. 땅의 표면은 매끈하지 못하고 요철들이 있는데 이로 인해 난반사가 일어난다. 표면에 물을 끼얹으면 난반사가 물의 방해를 받아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색이 어두워진다. 또한, 해안의 모래 역시 난반사를 일으키기에 알맞은 크기이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더욱 확연히 나타난다. 덕분에 햇빛을 받아 빛나는 모래사장이 ‘백(白)사장’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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