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는 결국 학생들 몫으로

로스쿨 관련 정국은 난항이지만 대학들은 로스쿨 유치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로스쿨 법안 통과가 미지수여서 로스쿨 선정학교의 수가 확실하지 않은 점은 대학의 로스쿨 유치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게다가 로스쿨 선정을 통한 학교의 위상 강화와 같은 이점은 대학 간의 로스쿨 유치 경쟁을 과열시키고 있다.

로스쿨 유치 과열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곳은 서울 시내 중상위권 대학들과 지방 거점 대학들이다. 우리대학도 작년에 법학전문도서관을 세웠으며 교원도 꾸준히 충원하면서 로스쿨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로스쿨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대학에는 경희대, 조선대, 중앙대, 한양대 등이 있다.

조선대는 국내 대학 중 가장 많은 액수의 돈을 들여서 로스쿨 유치에 힘쓰고 있는 대학이다. 현재까지 투자한 돈이 556억원에 육박하며, 법과대만을 위한 8층짜리 건물을 지어 로스쿨 유치에 필요한 모의법정과 강의실 등을 설치했다. 또 교원확보를 위해서 변호사 출신 실무교수 7명, 연구교수 5명을 비롯하여 전임강사 이상의 교원 28명을 채용했다. 조선대 양동석 법과대학장은 “건물과 같은 시설적인 측면은 준비가 끝났다”며 “교원 수와 같은 질적 부분에서 로스쿨 유치가 결정될 것 같은데 우리대학은 지방 거점 로스쿨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의 모습 © 양태훈 기자
중앙대도 로스쿨 유치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로스쿨 유치를 위해 14층짜리 법학관을 지었고 이번 연도부터 법과대 학생들이 이 건물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현재까지 467억을 쓰면서 두 번째로 많은 액수를 투자한 중앙대는 시설투자와 교원충원에 힘쓰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로스쿨 기획단을 설치해 로스쿨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양대와 성균관대, 경희대 등의 대학들도 로스쿨을 유치하기 위해서 추가로 건물을 올리고 교원을 충원하는데 애쓰고 있다. 현재 한양대는 제3법학관을 신축하고 있고 경희대와 성균관대도 제2법학관을 건설 중이다.

그러나 정작 법과대 학생들은 대부분 로스쿨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 유재현(중앙대ㆍ법과대2)군은 “아직 로스쿨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과대 학생들은 사법고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실제 법대생들 중에는 로스쿨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앙대의 한 여학생은 “사실 우리대학이 로스쿨을 유치할 수 있을 지 확신도 없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2012년 전까지는 사시준비를 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로스쿨 유치 과열이 문제가 되는 부분은 투자되는 돈이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유재현군은 “신축법학관 건설과 교원충원 비용 때문에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있는 이과계열 학생들의 불만이 높다”며 “비싼 등록금을 법대에만 투자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앙대는 법학관 건물에 정경대, 경영대 그리고 법과대가 함께 위치하고 있다.

또 로스쿨 유치가 실패했을 경우의 대비책도 아직 마련되고 있지 않다. 대학들이 로스쿨용 건물들을 신축했지만 실패했을 경우에 로스쿨 이외의 용도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리모델링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재투자 비용이 필요하게 된다. 투자되는 돈은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그 혜택은 학생 모두가 누릴 수 없다는 비판과 불평은 계속되고 있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