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동화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으면 대부분은 이렇게 대답한다. “동화는 어린이를 위한 것 아닌가요?” 물론 맞는 말이다. 동화의 한자는 아이 동(童)에 말할 화(話)이고, 사전적 정의 역시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이다. 그러나 동화를 단순히 ‘어린이만을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면 섭섭하다. 동화의 일차적 독자는 어린이지만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의 동화는 교훈성, 구조, 제한된 캐릭터 등 규범적인 범주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주인공이 집을 떠나 모험을 하다가 깨달음을 얻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전형적 구조는 과거 동화의 주요한 서술 방식이었다. ‘톰 소여의 모험’에서 톰 소여는 지겨운 자신의 일상을 바꿔보기 위해, ‘엄마 찾아 삼만리’에서 마르코는 엄마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 결국 톰 소여는 도둑맞은 보물을 찾아 금의환향하고 마르코는 엄마를 찾아 집으로 돌아온다. 신데렐라는 계모와 언니들의 구박, 백설 공주는 왕비의 위협, 헨젤과 그레텔은 마녀의 괴롭힘을 견뎌내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그러나 현대의 동화는 과거 동화의 구조를 꼭 지키지 않는다.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열린 결말로 끝나기도 하고, 한 주인공이 아닌 여러 주인공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주기도 한다. 권선징악, 근면성실과 같은 고전적인 교훈을 넘어 현대 동화는 다양성, 장인정신과 같은 다양한 교훈을 다룬다. 이런 교훈은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 위해 꿈을 꺾어 버린 어른들에게 자아실현의 참된 의미를 알려준다. 또 남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현재는 과거에 비해 동화가 어른들에게도 많이 가까워졌다. 유명 검색 사이트에 ‘어른들이 읽는 동화’라는 책 분류가 신설됐고, 남희영의 『컬트동화』와 같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들도 출간됐다. 『해리포터』시리즈나 미하일 엔데의『모모』와 같은 동화들이 어른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동화와 번역연구소 박혜숙(우리대학 충주배움터 인문대ㆍ국문) 교수의 “동화 속 인물들이 펼치는 이야기 속에 삶의 그늘과 아픔, 혹은 생존의 법칙까지도 담겨 있다”며 “주인공들은 진한 사랑은 현대인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라고 말했다. 결코 동화가 어린이만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흘러 짜증나는 무더운 여름. 방안에 앉아 선선한 선풍기 바람 아래서 동화 속 삶의 교훈과 동심으로 피서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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