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시추선]


▲ © 일러스트ㆍ이지윤
우물에서 물을 긷고 있는 수현 낭자를 우연히 만난 태웅 도련님. “낭자, 물 한바가지 얻어 마실 수 있겠소?” 수현 낭자, 물을 한 바가지 길어 버드나무 잎을 띄우며 하는 말. “옛 말에 찬 물 먹고 체하면 약도 없다 하였어요. 소녀가 잎을 띄웠사오니 부디 천천히 드시와요.” 이 말에 반해버린 태웅 도련님! ‘이렇게 참하고 지혜로운 처녀가 장안벌 어디에 있으리오?’

그렇다. 수현 낭자는 지혜로웠다. 물을 마시다가 체하면 약도 없다. 소화제에 들어있는 소화효소는 수소와 산소로 이뤄진 물(H2O)을 소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에 체한다는 말이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드물기는 하지만 가당키는 한 말이다. 우리가 보통 음식물을 섭취하면 많은 기포도 함께 먹게 된다. 이 기포는 위에 도달하면 트림이 되어 나온다. 하지만 트림을 하지 않으면 기포들이 위를 통해 장까지 내려가 음식물을 부패시켜 많은 가스를 발생시킨다. 장에 가스가 차고 배가 아파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만약 물을 급하게 들이켜 기포가 없이 식도에 꽉 차도록 물이 넘어가면 우선은 큰 통증이 온다. 그나마 탄산음료나 쥬스 또는 우유 등의 음료는 기포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물보다는 덜하다. 물은 체하면 되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꽉 막힌 상태에 이른다.

여기에 급하게 마신 '찬' 물이 더 위험한 이유는 위벽을 식히기 때문이다. 위벽의 온도가 정상 상태로 돌아올 때까지 위는 활동하지 않는다. 위가 수축과 팽창을 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경련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위벽의 온도가 떨어졌을 때 위가 경직된다는 개념은 찬 물을 먹고 뛰었을 때 속에서 물이 출렁거리는 것을 느낀 경험, 음식을 먹은 후에 아이스크림을 먹고 복통을 겪은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실제로 등산이 끝나고 찬물을 벌컥벌컥 마신 후에 위가 망가져 그 후로 쭉 고생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물에 체한 것을 풀어주지 못하고 상당 시간이 경과하면 청색증을 동반한 호흡곤란과 경련증세를 보이며, 실신할 수도 있다. 이런 때는 강제로 토하게 하거나 식도 쪽을 낮게 하여 엎드린 자세로 가슴을 압박하여 물을 빼는 동시에 숨을 쉴 수 있게 해야 한다.

과연, 수현 낭자가 지혜롭다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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