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고

32살 평범한 직장인 오은수는 여느 날처럼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실으며 출근길에 오르고, 회의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그러나 오늘은 사귀다 헤어진 지 6개월 된 남자친구의 결혼식날. 그리고 그날 그녀의 친구는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한다고 선포한다. 그날 이후 그녀는 인생의 중요한 전환기를 맞게 된다. 순식간에 다가온 세 명의 남자, 옆집 여인의 죽음, 엄마의 비밀, 사표 …. 30대가 되면 모든 것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녀에게 뜻하지 않은 사건들이 닥쳐오고, 그녀는 방황하기 시작한다.

오은수와 나, 꼭 10년 차이가 난다. 10년이라는 시간적 차이를 이유로 나는 그녀와는 다르다고 책 읽는 내내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 내 자신을 돌아보았을 때, 결국 나도 그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소설 속 오은수가 그녀의 가족, 직장, 친구들, 남자들, 그 어디에서도 온전히 자리 잡을 곳을 찾지 못했듯, 나 역시 앞으로 나아갈 목표에 대한 확고한 의지 없이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쉽게 확신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오은수가 스스로에게 물었던 것처럼, 10년이란 시간이 그렇게 빨리 지나가겠느냐는 생각으로 점차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온전히 책임질 때를 미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생각에 다다른 후,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은수’는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작가의 말대로 ‘오은수’는 우리들의 오은수이고, 나의 분신이고, 나의 친구들 중 한 사람이며, 내가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으로 그렇게 존재하고 있었다. 나를 비롯한 수많은 ‘오은수’들은 어느 순간, 느닷없이 찾아온 인생의 전환점 앞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방황하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지금 살고 있는 이 ‘달콤한 도시’가 결코 달콤할 리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방황하며 사는 일상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사실 우리들의 ‘오은수’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어떻게든 하나씩 인생의 과정을 밟아 가고 있다. 달콤하지 않은 이 도시를 스스로 달콤하게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고통을 주신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인간은 그것을 이겨낼 수 있을 정도의 이성적 판단과 용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결국 부딪쳐야 한다. 어떻게든 나는, 그리고 우리들의 ‘오은수’들은 부딪쳐 나갈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기다리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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