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전 마라톤 풀코스 2시간 10분대 기록 수립하고 싶다"

얼마 전 케냐의 한 마라톤 선수가 인간의 한계 2시간 6분 벽을 깨고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장한벌에도 이런 '기록제조기'라 불리는 마라톤 선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지?? 선선한 바람을 벗삼아 나뭇잎들이 하나 둘 마지막 향연을 뽐내는 이때에도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초고교급'으로 평가받으며 육상 고교대회 중장거리를 모조리 휩쓴 ‘고교 9개 대회 전관왕'인 엄효석(사범대 체교과1) 선수가 바로 그 주인공.

▲ © 한영훈 기자
‘초고교급'이라는 소리가 무색하게 그리 크지 않은 체격과 짧은 스포츠 머리의 엄선수. 우리 학교에 오게 된 이유를 묻자 "유명한 육상선수 중 우리대학 출신이 많아요"라고 답하며 살짝 웃는 그의 미소에 아직 앳됨을 그대로 간직한 모습이, {소나기}에서 볼 수 있는 주인공 소년을 닮은 듯 하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 선수의 꿈을 키워오다가, 교내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중2때부터 본격적인 육상선수의 길에 뛰어들었다. 어린나이에 5km와 10km는 물론 각종 구간별 마라톤에서 1위를 차지해 우리나라의 기대주로 손꼽히는 엄선수에게도 힘들었던 시절은 있다. 중학교 때 거의 모든 대회를 우승하고 고등학교를 입학한 직후 엄선수에게는 시련이 닥쳤다. “그때는 처음으로 운동을 그만 두고 싶었어요. 고1때 3등을 마지막으로 8개월 동안 입상하지 못했는데 육체적으로 힘든 것 보다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더라구요"라며 "감독님과 가족들이 큰 힘이 됐다"고 말하는 엄선수는 그 때의 교훈이 또래의 다른 애들처럼 놀고 싶어도 운동을 열심히 할 수 있는 큰 바탕이 됐다고 했다.

아직은 1학년이라 근육이나 뼈의 골격이 잡히지 않아 5km와 10km 만 뛰지만 그런 그에게도 두 가지 꿈이 있다. “졸업 전 마라톤 풀코스 2시간 10분대 기록"과 “5000m 한국 신기록"이 목표라고 말하는 그의 눈을 보면 심장이 두근거리는 열의를 느낄 수 있다. “운동을 하지 않았으면 아무 생각 없이 학교에 다녔을 것"이라며 “육상을 선택한 것이 즐겁다"고 말한다.

비록 지금은 ‘족적 금막염'이란 뒤꿈치 염증으로 쉬고 있지만 훈련은 게을리 하지는 않는다. 운동을 안 하는 여가 시간은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다고. 

어린 나이에 여러 사람들의 부담스러운 시선과 관심 속에서 자신의 목표를 향해 묵묵히 달리는 엄선수. 오늘도 차가운 새벽 공기를 누구보다 먼저 맞이하며 달리는 그를 보면 한국 신기록이라는 꿈이 그리 멀어 보이지만은 않는다. 마라톤은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이라지만 자신의 꿈과 함께 달리는 엄선수의 표정은 오늘도 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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