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적부담, 부적응 증상, 집중력 저하, 이해력 저하 등

최근 대학들은 국제화와 세계화라는 흐름에 맞춰 원어강의의 비중을 열심히 높이고 있다. 소위 상위권 명문대학들은 ‘재학생들의 국제경쟁력 향상’이라는 목표 아래 원어강의를 많이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대학 또한 이런 국제화의 흐름 속에서 원어강의 개설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 윤영선 기자

실제로 우리대학의 원어강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2006년 1학기 47개였던 원어강의 강좌는 2006년 2학기에는 53개, 2007년 1학기에는 68개, 2학기에는 85개, 그리고 현재는 181개로 대폭 증가했다. 원어강의가 전공과목 위주로 편성돼있는 것이 눈에 띈다. 우리대학의 경우, 일반강의는 강의의 50% 이상, 영어 관련 과목은 70% 이상을 영어로 진행해야 원어강의로서 인정된다. 신임교원 임용에서도 50% 이상을 영어강의 능력을 겸비한 사람들로 뽑는 등, 원어강의에 대한 대학본부의 의지는 점차 강해지고 있다.

그 비중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는 원어강의,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러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제기하고 있다. 영어로만 진행되는 강의 자체가 교수, 학생 모두에게 부담스럽고, 이해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우리대학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 상황이다.

먼저 학우들은 영어청취능력이 완벽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업의 절반 이상을 영어로 들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특히 전공수업이 원어강의일 경우, 어려운 전공용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유 모(공과대ㆍ전기공2)군은 “아무래도 전공과정을 영어로 배우다보니 수업이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전공과목의 용어 자체도 어려운데 영어로 설명하니 좀 힘들 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교무처 이우광 학사관리팀장은 “ 원어강의가 도입된 지 몇 해 되지 않았다”며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적응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원어강의는 국제화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의 과도기가 지나면 학생들은 출중한 영어능력이라는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교수들 또한 원어강의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우들이 수업내용을 이해하려면 교수가 기초적인 수준의 회화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용을 하나하나 풀어서 설명하다가 어느새 수업시간은 다 끝나버리고 만다. 정일민(생환대ㆍ응용생물) 교수는 “사실 수업의 50%를 영어로 진행하고 있지만 역시 힘들다”며 “전공수업보다는 영어, 외국어교양 수업을 원어강의로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대학본부의 한 관계자는 “물론 지금은 교수들도 원어강의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며 “하나하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원어강의의 질을 높여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어강의를 따라가기 위해 학우들이 영어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원어강의를 듣는 김유진(경영대ㆍ경영4)양은 “실용영어 같은 수준의 원어강의는 그나마 들을 만하다”며 “하지만 전공수업의 영어는 들어도 잘 모르겠고 학원 같은 곳이라도 다녀야 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 © 윤영선 기자

이우광 학사관리팀장은 “학생들이 학교강의를 따라가기 위해 영어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은 유감이다”며 “하지만 영어가 국제경쟁력인 만큼 원어강의의 비중을 줄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덧붙여서 “저학년 때부터 천천히 원어강의를 접하게 해서 최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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