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했구나…’ 참담한 심정뿐

지난 여름, 나를 비롯해 ‘대한교육협의회’의 ‘대학생사회봉사협의회’(대사협)의 각국 팀원들은 9월 27일과 28일 이틀을 태풍으로 가장 큰 수해를 입은 경상남도 마산시 의령군에서 보냈다.

해가 뜨거운 오후 의령군에 도착한 우리를 군수님께서 “멀리서 이곳까지 찾아줘서 너무 고맙다”며 반겨주셔서 이곳까지 오는 버스 안에서 쌓였던 피로가 다 가시는 듯 했다. 우리는 그 중에서도 피해가 가장 극심했던 곳으로 안내됐다. 처음 그곳을 보았을 때의 느낌은 그야말로 “너무했구나…” 하는 참담함 뿐이었다.

나뒹굴고 있는 철재, 온갖 살림살이며 쓰레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일년 내내 땀 흘려 가꿔온 벼들이 수확을 앞두고 힘없이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리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우리들 맘이 이렇게 아픈데, 농민들의 마음은 오죽했으랴. 곧장 붉은 장갑을 끼고 보수작업을 시작했으나 무엇보다도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쓰러진 비닐하우스 때문에 증발되지 않고 고여서 썩은 물에서 나는 악취였다. 게다가 비닐하우스를 지탱했던 철재는 우리와 선생님 전원이 매달려도 꿈쩍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무거운 것이 쓰러져 버렸으니, 그 바람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예전보다 깔끔해진 논을 바라보며 뿌듯해 하고 있을 때, 간식이 왔다는 소리가 들렸다. 그날의 간식은 특산품인 ‘망개떡’. 나뭇잎에 곱게 싸인 흰떡 안에 팥이 들어있는 특이한 떡이었는데 그 맛이 정말 꿀맛이었다. 간식으로 출출함을 달랜 후 마무리 작업으로 그곳에 불을 지폈다. 죽은 땅을 다시 생명이 있는 논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짚과 젖은 나뭇가지들이 타면서 나는 연기가 정말 지독해 참기 힘들었지만 곧 있으면 새 생명을 머금을 이 논을 바라보며 우리는 무한한 자부심을 느꼈다.

다음날, 집에 도착하여 반갑게 나를 맞아주신 부모님께 봉사활동 수료증을 보여드리니, 너무도 대견스러워 하셨다. 처음에 그곳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힘들지 않을까, 주말인데 그냥 집에서 쉴까 하는 고민을 했었다. 그러나 막상 그곳에 다녀오니 내가 왜 망설였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다. 앞으로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언제나 마다하지 않겠노라고, 나는 비록 작지만 언제나 우리 사회의 밝고 건강한 모습을 위해 노력하는 일원이 되겠노라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김 안 나<사범대·교육공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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