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옹호ㆍ불편부당ㆍ문화건설ㆍ산업발전’
‘사람을 받든다ㆍ사회를 밝힌다ㆍ세계로 향한다ㆍ미래를 펼친다’
‘민족주의ㆍ민주주의ㆍ문화주의’

 위에 언급한 ‘멋진’ 세 문구들은 ‘거대한’ 3개  단체의 사시(社是: 회사 혹은 단체의 경영방침과 주장)다. 바로 소위 ‘조ㆍ중ㆍ동’이라 비꼬아 불리는 3대 거대 일간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사시다.

 왜 뜬금없이 제도권 언론사의 사시를 들먹이느냐고 되물을 수 있다. 아마추어지만 대학신문기자로 일하는 필자는 ‘언론의 역할ㆍ중요성ㆍ공정성’ 따위에 대해서 선배기자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그래서 조금은 원론적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사람은 언론을 통해서 간접경험을 하고 세계관을 형성하며, 나아가 행동까지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언론은 어느 정치권력보다 더 강력한 권력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오래 전부터 공공연히 정치권력들이 언론을 탄압해 오지 않았나.

 이번에 커다란 쟁점으로 떠오른 미국 쇠고기 수입 개방 문제만 봐도 언론매체의 파급력을 알 수 있다. 지난 4월 29일 PD수첩이 미국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고발한 이후, 순식간에 거대한 파도 같은 여론이 형성됐고, 많은 이들을 청계광장으로 이끌기에 이르렀다.

 한편 조ㆍ중ㆍ동 일간지의 보도와 사설에는 여론수렴과 건전한 비판이 없다. 오직 ‘광우병 괴담’부터 시작해서 ‘배후설’, ‘색깔론’까지 온통 극우적이고도 비합리적인 기준만 있을 뿐이다. 한 가지 짚어볼만한 것은 정권교체에 따른 <동아일보>의 급격한 입장변화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1년 당시 <동아일보>는 기획기사와 사설을 통해 광우병의 위험성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그런데 불과 7년 여 만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번복했다. 그들의 거창한 사시는 그저 허무한 거짓 명분이란 말인가!

 물론 필자도 대학신문기자이기 때문에 제도권 언론의 환경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한국 언론이 정치ㆍ자본권력과 쉬이 연을 끊지 못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고, 암묵적으로 수긍하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언론이 한 사회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진정한 사회의 발전을 원한다면 언론인이 앞서서 근본적인 언론환경의 개혁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필자 역시 언론인이 되고자 준비하는 학생이다. 일부 독자는 ‘원칙과 현실은 다르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와 같은 생각을 가진 언론인이 늘어난다면 언젠가는 독일의 <슈피겔>과 프랑스의 <르몽드>, 일본의 <아사히신문>처럼 한국에서도 믿을만한 언론이 탄생할 거라고 믿는다. 지금의 분노, 결코 잊지 않으련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