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수천]

이명박 대통령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지난 6일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재협상 얘기를 해서 경제에 충격이 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석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아래 협상)은 안 된다’는 말이다. 이에 국민들은 더욱 하나된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협상무효와 대통령 탄핵을 바라는 촛불집회가 한 달 이상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대학은 너무나 조용하다. 총학, 총여, 몇몇 단과대 학생회들의 집회를 나가자는 단발적인 외침 외에는 아무런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주도하여 이 사회를 이끄는 지성인으로 불리던 대학생들이 오늘날엔 그런 호칭이 무색할 정도로 강의실에만 앉아있다. 팀프로젝트, 과제, 시험 등의 핑계로 대학생들은 대학 안에만 안주해 있다. 수능을 앞두고도 촛불을 들고 시청으로 향하는 고등학생들을 보면 그저 고개가 숙여질 따름이다.

20대의 젊음과 열정, 패기는 다 어디로 갔는가. "협상은 다 끝났으니 그 이후의 대책을 마련해야지, 되지도 않는 집회를 나가냐"고 말하는 대학생들을 보면 필자는 답답할 뿐이다. 많은 대학생들은 국민이 협상에 반대하는 이유를 알려고 하기보다는 변화를 두려워하고만 있다.

혹자는 20대가 보수화되고 있다고 한다. 좀 더 정확히 보자면 지금의 대학생들은 ‘저항에 익숙하지 않다’가 맞는 말이다. 아니라고 생각한 것에는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용기보다, 수긍해버리는 포기를 먼저 배운 것이다.

한 수업의 쉬는 시간, 이따금 촛불집회라는 단어가 들려왔다. 하지만, "거기 가봤자 맞기 밖에 더 하냐", "집회를 한다 해도 변하는 건 없다", "내가 거길 왜 가냐" 등 듣기에 민망한 말들만 들려왔다.

연세대의 한 교수는 "우리는 지금 쇠고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3일과 5일 휴강하겠다"고 공지했다. 교수들도 나서고 있는 이 시국에서, 우리대학 교수들은 너무나 조용하다. 익명을 요구한 동생명대의 한 학우(축산식품)는 “교수님들께서 정국에 대한 언급이 너무 없는 것 같다”며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교수님들의 의견을 듣고 싶은 학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물론 연구도 중요하고 강의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당당히 밝히며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이 선생(先生)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

몇몇 대학은 동맹휴업이라는 강수를 택하며 현실참여에 나서고 있다. 이제 우리대학도 움직여야 한다. 무엇이 이성적 판단이고 올바른 행동인지를 몸으로 실천하며 사회를 이끌어나가야 한다. 교수들과 학생들은 더 이상 몸을 사려서는 안 된다. 10대들과 시민들이 지핀 촛불을 우리가 큰 횃불로 이어받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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