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요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나라가 굉장히 시끄럽다. 한 달 넘게 이어져온 촛불집회가 누그러들기는커녕 점점 격해지고 있다. 거기다 경찰의 과잉진압까지 더해지면서 반정부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청문회, 기자회견,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 등의 미봉책으로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다. 최근엔 민간업체끼리 ‘알아서’하는 자율규제라는 변태 같은 해법을 들고 나왔으나 이는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어 국민들은 오직 재협상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고 일부 시위대는 이미 쇠고기 문제를 넘어 반정부 투쟁을 하고 있다.

필자는 한미FTA에 찬성하는 입장이고, 이를 위해서는 쇠고기 개방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쇠고기 협상은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참여정부시절과 같이 30개월 미만인 소의 살코기만 수입한다고 했어도 충분했을 것이다. 미국 축산협회장도 인터뷰를 통해 만약 한국정부가 강하게 나왔을 경우, 충분히 양보할 용의가 있었음을 시사했었다. 

물론 국민들의 요구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 측 주장도 마찬가지여서 피차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본다. ‘미국인도 먹으니까 괜찮다’라는 막무가내식 주장도 논리적 개연성이 매우 부족하다. 이런저런 이유를 떠나서 의심이 되고 찝찝하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당사자들이 원치 않는다면 안 들여오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정부도 재협상만이 이 사태를 잠재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미국을 다시 협상 테이블에 끌고 올만한 근거가 없으니 정부는 이래저래 난처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차라리 국민투표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별다른 과학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신뢰도가 낮은 여론조사가 아닌 투표를 통해 나온 국민의 의사는 충분히 협상 명분이 되지 않을까. 이 글이 나갈 즈음엔 상황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 모른다. 지금 상황으로 봐선 여론이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정부는 하루 속히 국민의 요구에 부합하는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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