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한국점자도서관이 개관한 이래로 시각장애인들의 독서활동과 공부 환경이 상당히 개선됐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비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가 어색한 만큼이나 시각장애인들의 독서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실정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 비장애인의 경우는 새로운 책이 출시되면 서점에서 바로 접할 수 있으며 대학 및 지역 도서관에서 빌려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의 경우는 다르다. 그들이 책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순전히 한국점자도서관 및 지역 점자도서관을 통하는 길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각장애인인 회원이 점자도서관에 없는 책을 보려면, 한국점자도서관에 반드시 신청을 해야 한다. 신청이 접수된 순간부터 자원봉사자들은 일반 도서를 하나하나 워드프로세서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한다. 도서신청자는 2~3달이 지나 점자책이 만들어진 후에야 겨우 책을 접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1일 시각장애인으로선 최초로 2차 사법고시에 합격한 최영(서울대ㆍ법00)군은 사법고시 공부를 위해 교재의 원문 파일을 출판사와 저자에게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 그는 어느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 시각장애인들이 볼 수 있는 책이 너무 없다"며 "출판사들이 저작권에 대한 우려로 시각장애인들에게 텍스트 파일을 제공하는 것을 꺼리기도 하지만 뜻만 있다면 부작용을 막을 방법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각장애인의 사회 진출이 활발한 영국과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모든 저작권자는 점자와 음성 책자 제작을 위해서 자기 책의 텍스트 파일을 정부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7월 국회에 ‘시각장애인이 텍스트 파일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법안이 제출돼 있는 상황이다. 이로써 조만간 이 사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녹음도서 제작을 위한 녹음실. 낭독봉사 자원봉사자들이 사용하는 공간이다. ⓒ 유현제 기자

  이렇게 시각장애인의 독서환경과 한국점자도서관 운영이 녹록치 않지만, 지금까지 활동을 확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자원봉사자의 공이 컸다. 한국점자도서관에서는 점자도서 제작을 위해 일반 도서를 워드프로세서로 입력하는 입력봉사와 입력된 원문의 오류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교정봉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 밖에도 음성도서제작을 위해 원문을 낭독ㆍ녹음하는 낭독봉사와 녹음된 음성 데이터를 편집하는 편집봉사에도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참가하고 있다. 이 중에서 입력봉사와 낭독봉사는 자원봉사자에게 봉사활동시간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교정봉사와 편집봉사에는 많은 중ㆍ고ㆍ대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 입력된 책 원문을 교정하고 있는 교정봉사자 ⓒ 유현제 기자

  한국점자도서관에서 교정봉사를 하고 있는 조성현(서울산업대ㆍ전기3)군은 “예전에는 점자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 덕에 점자와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이라며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오류를 내면 안 된다는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임종순 총무팀장은 “늘 자원봉사가 절실한 실정이니, 자신의 특기와 시간을 살려 봉사에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점자도서관에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면?

한국점자도서관 인터넷 사이트 http://infor.kbll.or.kr

☏ 02) 441 - 4114(낭독 및 편집봉사) 또는 02) 3426 - 7500(입력 및 교정봉사)

건대신문사 제 50기 문화부장 이연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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