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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꼭 취업해야 할텐데…”
양윤성 기자 | 승인 2003.11.03 00:00

제2열람실... 의자에 기댄 채 편히 공부하는 사람은 찾아 볼 수도 없고 그들의 책상 위에는 누구의 책인지 모를 만큼의 많은 책들이 지저분하게 널려져 있다. 잠깐 쉬려고 밖으로 나가는 학생의 바지는 땀에 살짝 젖어있는 것같다. 옆 사람의 움직임에 눈길 하나 돌리지 않으며 치열하게 공부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빈틈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TOEIC문제집 사이로 ‘세법개론’, ‘보건의료법규’ 등의 교제가 놓여있고 이미 푼 시험지를 다시 체크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아직 저녁 6시도 안 됐는데도 불구하고 의자에 기댄 채 잠시 눈을 붙이는 여학생이 보인다. 그녀 앞에는 ‘TOEIC 실전 연습 이것만은 나온다’라는 책이 반쯤 펼쳐져 있고 그 옆의 공책 속에 3번씩 써 있는 영어 단어가 그녀의 고단함을 증명해 준다.

옆에서 ‘공무원 시험 기출 문제’를 풀고 있던 우세윤(정치대·행정4)군은 “노량진에 가보면 방학도 아닌데 예년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휠씬 늘었다”며 “취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람들이 공무원 시험에 많이 몰리는 것 같다”고 했다. 7급 공무원을 준비한다는 그는 “경쟁률이 치열해 전화도 끊어 가며 ‘움직이고 밥 먹는 시간’ 빼고는 공부만하고 있다”고 애써 웃으며 말했다.

때마침 반대편에서 토익공부를 하고 있던 김항기(토목과졸)군이 가방을 챙기고 있다. 학생처럼 보였던 그는 알고 보니 직장인. “이력서를 서너 번 써서 취업이 됐다”며 자신의 경우는 “운이 좋았다”고 한다. “영어가 전공과는 큰 상관이 없지만 취업을 하려면 토익공부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대출 시간이 이미 끝난 시간.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자마자 자료실 유리창 안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보였다. 전공 서적들 사이로 ‘TOEIC 기출문제’라고 써 있는 문제집을 풀고 있던 심준식(경영대·경영정보3)군은 “취업할 때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토익밖에 없다”고 말한다. 비록 지금은 자신도 토익공부를 하고 있지만 “1학년 때는 동아리 활동을 하며 인간관계를 넓히고 다양한 경험을 했었다”고 회상하는 그는 “요즘은 입학 때부터 취업을 걱정하는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도서관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확실한 자신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취업이라는 매서운 바람 속에서 그들은 다시 움츠러들고 있다. 이들이 그들의 젊음을 즐기고 자아를 발견하기에는 현실이 허용하는 문이 너무 좁기만 하다.

양윤성 기자  yoon8383@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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