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해설가 김창선(부동산 97학번)씨를 만나다

이스포츠(e-sports)가 지금의 문화로 발전하기까지 자그마치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의 등장과 함께 게임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등장했다. 이와 함께 텔레비전을 통해 게임이 방송되기 시작했고 게임방송의 감칠맛을 돋워 주는 게임해설자라는 직업도 생겼다. 이런 이스포츠가 뿌리를 내리고 지금의 열매를 맺기까지 이스포츠와 함께 성장해 온 사람이 있다. 현재 게임방송사 온게임넷에서 정확한 게임상황 판단과 위트 있는 해설로 이름을 떨치는 게임해설자, 김창선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 ⓒ박기훈 기자
프로게이머출신 게임해설자 김창선
이스포츠의 중심축이 된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는 1997년도에 발매됐다. 그는 98년 2월에 제대해서 99년에 우리대학에 복학한 뒤 스타래프트라는 게임을 접하고 푹 빠져버렸다. 김창선씨는 “게임에 꽂혀서 후문의 PC방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프로게이머가 직업으로 자리 잡은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누구도 처음부터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그도 재미로 게임을 시작했지만 어느새 누구나 부러워하는 실력을 쌓을 정도가 됐다. PC방 오픈행사의 시범게임 한 판에 20만원씩 받고 대회에 출전해 상금도 몇 백 만원씩 벌게 되면서 직업이 자연스럽게 프로게이머가 됐다고. 그는 이스포츠 초창기에 명성이 높던 다른 프로게이머 신주영, 이기석과 함께 SG프로게임단을 창단하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부모님의 자유로운 교육방침 덕에 별다른 집안의 반대 없이 자신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게임해설자로 활동하게 됐을까? 8년 전 KBS 인터넷방송국에서 스타리그를 열었다. 게임해설자를 구하지 못한 담당 PD는 그에게 게임해설을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끊임없이 권유를 했다. 결국 그의 강권에 못 이긴 김창선씨는 게임해설자의 길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그때 프로게이머 선수로 활동하던 시절 갑작스레 게임해설을 맡아달라고 제안이 온 거예요. 그때까지만 해도 제 직업은 프로게이머였고, 게임해설은 해본 적도 없기 때문에 별로 자신이 없었죠.” 그는 첫 게임해설자로서의 데뷔전에서 덜덜 떨려서 말도 한번 제대로 못했다고 한다. 이제는 나름 요령도 생기고 적응이 됐다고.

어렸을 때부터 보여준 성실한 노력
사실 프로게이머처럼 게임을 좋아한다고 하면 공부에 관심이 없을 거란 편견이 있다. 과연 그는 공부를 열심히 했을까? 그는 어떤 학창시절을 보냈을까? 그는 무척이나 오락을 좋아하던 아이였다. 황금도끼, 너구리, 원더보이, 갤러그 등 한번 시작하면 한 시간씩, 두 시간씩 오락실에서 쫓겨난 기억이 있을 정도로 심하게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오락만 열심히 했던 것은 아니다.

중학교 1학년 때 ABC도 모르냐고 선생님께 혼나던 그였지만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반에서 5등을 꾸준히 유지할 정도로 열심히 공부를 했다고 한다. 집안사정이 좋지 않아 참고서를 사 볼 여유가 없던 그는 쓰다 버린 참고서를 주워 줄을 박박 그으며 공부했고 시험 볼 때 영어교과서를 통째로 외울 정도로 무식하게 공부했다. 등교시간동안 버스를 타면서 라디오로 들은 굿모닝팝스 덕분에 영어듣기 시험에서 만점을 기록한 적도 있다. 결국 그는 외국어고등학교 입시 기출문제를 관사 하나 안 틀리고 통째로 외운 덕에 외국어고등학교에 합격을 하게 된다.

이런 그의 성실한 성격이 게임해설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의 게임해설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는데 첫 번째는 자신이 해설하는 게임은 자신이 직접 플레이해서 게임해설의 감을 유지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다른 선수들의 공식경기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해 그의 해설은 시청자들에게서 게임 상황에 대한 판단이 좋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젊은 프로게이머 선수들과 함께 어울리는 등 최신 경향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는 노력 또한 그의 위트 있는 해설에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스포츠와 함께하는 그의 삶
방송이 방송이니만큼 악의적인 안티팬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의 냉정한 선수평가에 그 선수 팬 중 한명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가족을 모욕하고 위협하는 악성댓글을 단 것이다. 그가 이런 악성댓글을 보고 사이버수사대에 신고까지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지금은 그런 악성댓글도 웃어넘기는 내공을 길렀다”며 “그런 악성댓글들이 오히려 나를 강하게 만들어 주는구나 생각하면서 고맙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스포츠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인생관과 사람들과의 관계 등 수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 제일 오른쪽이 김창선 해설위원 ⓒ포모스
그는 게임해설자로 활동하면서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또 “저는 전문 아나운서처럼 방송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제 전문분야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는 겁니다”라며 게임해설자로서의 자부심도 내비친다. 분명 미래가 확실하지 않은 이스포츠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보다는 안정적인 직업을 구하려고 노력하는 요즘의 대학생과는 다르게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신의 직업을 찾았다.

게임해설자가 프로게이머보다 안정적인 직업이지만 여전히 이스포츠계는 미래가 불투명한 곳이다. 그는 “이스포츠 분야에서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10년 동안 해왔지만 아직까지 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전문적인 게임실력과 지식을 겸비해 꼬부랑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게임해설자로 남고 싶다”고 답했다.

김창선 해설자는 앞으로 우리나라 이스포츠 문화의 발전이 새로 출시될 게임 스타크래프트2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스타크래프트1을 기반으로 한 현재의 이스포츠 산업이 스타크래프트2를 발판삼아 좀 더 세계적인 문화산업으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그가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그에게는 게임 뒤에 숨겨진 책이라는 지식창구가 있다. 그는 “저를 지금의 이 자리에 있게 해준 것이 책”이라고 할 정도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가 중요하고 유익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다”며 “만원만 있으면 서점에서 정말 좋은 책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책을 자주 읽는다는 그는 책이 인생의 조언자라면서 좋은 책이 없나 서점에 자주 들린다고 한다.

김창선 해설가는 대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고 말한다. 그는 사람일은 정말로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이며 “얼핏 보기에는 별 볼일 없을 것 같은 사람이 나중에 어떤 대단한 일을 해낼지 모른다”고 말했다.

 “절대로 다른 사람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자기가 쏜 화살은 반드시 자기에게 돌아오거든요. 남을 존중할 때 자신도 비로소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그가 인터뷰를 끝내며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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