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대 생명과학과 이재석 교수님의 방을 가다

식물 생태를 연구하지만 식물보다 공구가 많은, 마치 철물점의 한쪽 벽면을 옮겨 놓은 듯한 연구실이 있다. 1959년부터 이어져 온 이 연구실은 교수가 ‘교수가 된 제자’에게 연구실을 물려주고 또 그 교수가 ‘교수가 된 제자’에게 연구실을 물려준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는 우리대학에서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교수님의 방 첫 번째 주인공으로 이과대 생태학실험실, 연구실의 세 번째 안주인 이과대 이재석(생명과학) 교수님을 만났다.

▲ 이재석 교수님 ⓒ안상호 기자
이재석 교수님의 주 전공은 식물생태학으로, 식물생태학은 식물 집단의 구조ㆍ기능ㆍ동태ㆍ환경과의 상호관계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인문계 소속인 필자는 연구실이 식물로 가득 차 숲과 같은 공간일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교수님은 “식물 생태 연구는 대부분 야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생태학실험실 내에는 식물이 거의 없다”며 오히려 필자의 생각을 의아하게 여겼다.

▲ 공예관 뒤편 환경생태연구실에서 식물을 설명하고 계신 교수님의 모습 ⓒ안상호 기자
실제로 생태학실험실은 식물에 대한 연구실이 아니라 ‘식물 연구를 위한’ 실험 기기 조립 공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식물 아닌 다른 것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책상 위ㆍ아래 가리지 않고 곳곳이 쌓여있는 철제 실험 기기들과 나사, 볼트 등의 공구들. 교수님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실험 기기들로 하는 연구는 늦은 것”이라며 “연구에 쓰이는 기기는 설계부터 조립까지 모두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이로 인해 연구실은 실험 기기 조립, 수리실의 역할과 전국 각지에 있는 기기들이 보내온 온도, 이산화탄소량 등의 데이터를 수신하는 공간으로 쓰이고 있었다.

그러나 식물은 존재했다. 교수님의 안내로 향한 7층의 환경생태연구실에는 온갖 식물과 토양들로 가득 차 있었다. 교수님은 “지난 연구 과제 재료가 남다보니까 또 새로운 연구 준비를 위해 그리고 식물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식물이 많아졌다”고 설명하셨다.

실험실 입구에 있는 선반에는 어두운 빛에서부터 밝은 빛까지 갖가지 색의 토양이 채워져 있었는데 색의 차이는 토양 탄소 축적량에서 비롯된 것으로 축적량이 많을수록 어두운 빛을 띤다고 한다. 조그만 야외 옥상으로 나가자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비닐하우스처럼 철 구조를 세워놓고 반쪽은 검은 막을 씌워 햇빛을 받을 수 없도록 해놓았는데 이는 ‘햇빛’의 영향에 따른 식물 생태를 관찰하기 위한 것이었다.

▲ 이과대 건물 7층 야외 옥상에 위치한 환경생태연구실 ⓒ안상호 기자
교수님의 연구실은 이과대 건물 밖에도 있었다. 도예관 뒤편 관계자 외에는 출입을 금지하기 위해 줄을 쳐 놓은 곳을 넘어가자 7층보다 더 많은 식물과 더 큰 비닐하우스가 그 곳에 있었다. 이곳은 학교 밖 전국 곳곳에 흩어져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의 예비 실험을 하는 곳이다. 그 중에는 시들어가던 것을 교수님이 연구실로 가져와서 돌봐주어 다시 살아난 금낭화도 있었다. 교수님은 “가끔 아내가 집에서 키우다 병들게 한 식물도 여기로 가져와 다시 살려 낸다”며 “내 손을 거치면 죽어가던 식물을 다 살릴 수 있다”고 자부하셨다.

이 밖에도 교수님은 광릉, 국립환경연구원 등 전국 8도 곳곳의 자연 속에 연구실을 마련해 놓고 서울과 연구실을 오간다고 한다. 교수님에게는 식물이 있는 모든 곳이 연구실이나 마찬가지였다.
▲ 교수님의 연구실에는 식물보다 공구와 기기들로 가득차 있다 ⓒ안상호 기자

<학우들이 이재석 교수님께 물었습니다 ! >

1. 우리대학 식물 생태는 어떤가요?
현재 우리나라 식물 생태는 외래종이 도입되면서 토종 식물이 위협받고 있다. 이는 우리대학도 마찬가지다. 생태계나 토종 식물을 고려하지 않고 계획 없이 외관 상 보기 좋은 식물만 고르다 보니 외래종으로 가득 찼다. 외래종으로 인해 토종 식물이 위협받으면 그 식물의 소비자인 동물에게까지 영향을 끼치고, 결국에는 생태계 전체가 위험해진다. 식물 생태 연구자로써 마음이 아프다.

2. 이공계 기초 과학 분야의 많은 학생들이 약학ㆍ의학계를 선호하고, 식물과 같은 분야는 기피하는 현상이 있는데 이러한 세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나는 식물이 좋았기 때문에 대학교 1학년 때부터 MT, 축제 등을 즐기지 않고 지금 이 생태학 연구실과 산에서 살았다. 누구든지 자기가 좋아하는 걸해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이 한다고 해서 자신의 적성을 무시한 채 그 길을 택한다면 언젠가 반드시 무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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