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7일 김주익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장 자살, 23일 이해남 금속노조 세원테크 지회장 분신, 25일 이용석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 광주전남지부장 분신, 30일 곽재규 한진중공업 노동자 자살. 이들의 연이은 죽음과 살인적인 노동탄압은 지난 9일 시청 앞에서 열린 노동자대회의 분노를 더욱 뜨겁게 했다. 여기에 모인 5만 여명의 노동자들은 손배가압류 철폐,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강하게 외치며 노무현 정권을 규탄했다.

본대회가 끝난 후, 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을 하려 했으나 경찰의 통제로 충돌이 발생했다. 노동자들은 격렬히 저항했고, 경찰은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며 노동자들을 제압했다. 허름한 작업복에 노조 조끼만 입은 노동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잘 훈련받은 경찰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법과 원칙’을 얘기하는 경찰이 수천억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전두환, 노태우에게 방패와 곤봉을 휘두른 적이 있었나? 불법 선거자금 100억원을 받은 국회의원의 머리를 방패로 피가 나도록 사정없이 가격한 적이 있었나…

그러나 다음날 또 다른 폭력이 행해졌다. 각종 방송과 신문이 2년 8개월 만에 화염병이 등장했다며 노동자들의 ‘폭력성’과 ‘과격성’만을 보도했지, 노동자들이 이토록 절박한 처지에 내몰리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경찰들의 야만적인 폭력도 다뤄지지 않았다. 그들이 말하는 ‘노동귀족’ (고)김주익씨는 한진 중공업이 올 상반기 304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동안, 21년 동안 일한 근속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105만원의 기본급을 받았다. 그것도 세금을 때면 80여만원, 게다가 김씨는 손배가압류로 단돈 13만 5000원을 받으며 그것으로 생활을 연명했다. 이것이 바로 ‘나라 말아 먹는 노동귀족’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보수 정치권과 언론들은 노동자들의 투쟁만을 비난하고 있다. 나라 경제를 말아먹는 것은 기본급 몇 만원 올리겠다고 싸우는 노동자들이 아니라, 대선 자금으로 100억원을 주고받는 보수 정치판임을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165일 놀고 연봉 6000만원 챙긴다”는 포르노 수준의 선정적인 ‘거짓’ 기사를 써대는 그들도 실제 노동자들의 삶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노동자를 왜곡하는 그들의 능력에 오히려 감탄이 나온다.                 박건희(수의대·수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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