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세계소리축제

“놀 땐 놀고 공부할 땐 공부해!”라는 말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같은 바쁜 시대엔 멀티플레이도 필요하다는데… ‘놀면서 학습하기’라는 게 말처럼 그리 쉽지가 않다. 그러나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라면? 이것이 가능하다.

10월 1일부터 5일까지 열렸던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시간을 넘는 소리, 세대를 잇는 감동’이라는 슬로건으로 전주의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한옥마을 두 곳에서 함께 개최됐다. 특히 이번 축제는 41개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9개국이 참가한 해외 초청공연을 포함해 총 217회의 공연들이 마련되어 내 마음대로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비가 내려 날씨가 쌀쌀했던 4일 오후, 전주 한옥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퓨전국악 ‘마실’팀의 ‘일곱 가지 색의 소리’공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곱 빛깔 무지개의 색깔 테마에 각각 어울리는 노래들이 가야금, 대금, 소금, 태평소, 풀피리의 우리 악기와 바이올린, 첼로, 플룻, 드럼, 전자피아노와 함께 연주됐다.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던 동서양 악기들의 하모니는 생각보다 무척 아름다웠고 한옥마을의 정경과 잘 어우러졌다. 특히 주황색 테마에서는 대금 소리를 중심으로 동요 ‘노을’이 연주됐는데,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따라 부르는 훈훈한 분위기 덕에 쌀쌀했던 날씨도 녹는 듯 했다. 퓨전 국악 공연을 끝까지 경청하던 여동민(한의장신대2) 학생은 “퓨전국악으로 우리가 잊고 있었던 우리 소리를 색다르게 체험할 수 있었다”며 “국악은 고리타분한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소리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는 보고 듣는 공연뿐만이 아닌, 직접 체험하거나 진지한 학술적 논의도 해볼 수 있는 부대행사도 준비됐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분수대길에 마련된 소리 배움터는 두드리고 듣고 리듬을 타며 우리 소리를 직접 배워볼 수 있는 곳이었다. 또한 3일 오후, 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는 전통음악의 대중화와 세계화라는 양대 과제를 논의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장인 월드뮤직 심포지움이 개최됐다. 대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원론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 해외전문가와 기획자, 예술가들의 경험을 중심으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논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전주세계소리축제라 하면 이름만 듣고 국악축제라 오해하기 쉽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면 국악을 비롯한 여러 장르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공연예술축제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위원회의 정원조 홍보팀장은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전라북도 판소리를 기반으로 생긴 축제”라며 “무엇보다 우리소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축제인 만큼 마음껏 즐기라”고 강조했다. 물론 축제는 다들 즐기고 노는 현장이라지만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마냥 놀다가기는 아까운 축제였다. 점점 관심에서 멀어져가는 우리소리를 알리고 지키고 있는 현장에서 우리 소리의 진가를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축제가 바로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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