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성범죄에 대해 처벌로만 일관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예방에 관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따라서 우리 주변의 성범죄 예방을 위한 제도나 노력 또한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례로 먼저 중고생들이 받고 있는 성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제 역할을 해내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현행 성교육의 실태를 “성교육 횟수로 보나 내용면으로 보나 충분치 못하다”며 “성교육이 있더라도 그것이 고등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요즘 청소년들의 성(性)적 인식에 대해 묻자 “이성친구과 나누는 대화의 수준은 그 정도를 넘은지 오래다”며 “친구들의 농담만 봐도 예전에 비해 수위가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학교에서 받는 성교육이 단편적, 형식적으로 이루어져 실효가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이 생물학적인 점에만 치중돼 있는 것도 비판받는다. 한남대학교 장산명 연구원의 「청소년의인터넷음란물접촉실태와성의식에관한연구에 따르면, 416명의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받은 성교육의 주된 내용은 생물학적(혼전 성관계, 생리적 작용 등) 내용이 66%에 달하는 반면, 성 가치관에 대한 내용은 13.2%로 나타났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다미 활동가는 이에 대해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게 보다 확실한 성교육이라 생각한다”며 “여성과 남성의 성차별적 생각을 없애 폭력에 대한 10대들의 인식을 높여 성별로 사람을 구분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그렇게 되면 개인 대 개인으로 평등하게 소통할 수 있어 성범죄 예방에도 효과적이다”고 제안했다.

사회 구성원, 특히 우리 대학생들의 성(性)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우리대학 학우들이 성적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자주 찾는다는 여성학 강사 이인숙 강의교수에게 대학생들의 전반적인 성 인식을 물어보니 “많은 사람들이 요즘 대학생들은 성적으로 개방됐다고 말하지만 사실 성에 대한 지식의 편차가 크다”며 “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수동적인 성향을 갖고 있으며 주로 성범죄의 피해를 받는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대학 학우 몇 명을 취재해 본 결과 대부분이 데이트 도중 상대가 불쾌해하는 신체 접촉을 강요하는 것이 범죄라는 사실을 모르는 등 성문제와 관련한 지식이 부족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학우는 “신체 접촉 강요가 범죄가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며 “연인관계인데, 기분 나쁠 것 같긴 하지만 범죄가 될 정도까지는…”라며 말끝을 흐리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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