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람들은 인문사회과학서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때가 되지 않았냐고 말하기도 한다.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보다 경쟁력이 밀리고, 예전처럼 ‘불온서적’을 단속하는 것도 아니므로 어디서나 인문사회과학책을 구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문사회과학서점을 지켜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가 모르는 인문사회과학 서점만의 무언가가 있는 걸까?

성대 앞 ‘풀무질’ 은종복 대표
요즘 복덕방, 머리방, 소주방 등 여러 가지 ‘방’들이 대학가를 둘러싸고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방’문화에 익숙해져 있어요. 그러나 반대로 책방은 그 수가 점점 줄어만 가죠. 성대 앞만 하더라도 풀무질이 유일한 책방이고 다른 책방은 더 멀리 가야만 볼 수 있어요.
‘지식을 쌓고 지혜를 찾아 어떤 삶을 살아야겠다’는 고민을 할 수 있는 곳은 책방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러한 점에서 인문사회과학책방은 골목문화의 사랑방, 문화의 요충지였어요. 이 책방이 지금 남아있다는 사실만으로 자랑스러워요.
현재도 이곳에 있는 책의 90%가 인문사회과학 책이에요. 인문사회과학책방은 책 읽자는 운동을 벌이거나 진보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작은 사랑방이라고 할 수 있어요. 책만 오가는 삭막한 책방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세상과 나를 바꿀 수 있는 인문정신을 나눌 수 있는 곳이에요.

   
▲ 풀무질 은종복 대표 ⓒ 이동찬 기자

   
▲ 그날이 오면 김동운 대표 ⓒ 이동찬 기자

서울대 앞 ‘그날이 오면’ 김동운 대표
지금 가장 많이 팔리는 인문학 책들은 물론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한계도 있어요. 그 책들은 우리사회의 잘못을 어느정도 보완하는 선에서 말하지, 근본적인 변화를 말하지는 않아요. 물론 그 덕에 많은 사람들이 부담감 없이 다가갈 수 있었죠.

인문사회과학서점에있는 책들은 지금 잘 나가는 책들이 말하는 의미를 넘은 근본적인 사회 변화와 변혁운동을 지향해요. 그런 책들은 실제 현실에서는 아직도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죠. 하지만 워낙 소량만 팔리다 보니 대형서점들이 취급하지 않고, 독자들의 손에 가지 않아 사라지는 아쉬운 책들이 많아요.
학생들이 그런 책들을 많이 접하고, 같이 세미나도 하고 나아가 사회의 문제를 바꾸기 위해 행동을 계획하고 실천해 나가는 곳으로서 인문사회과학서점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과정을 거치셨던 선배님들이 후원회를 만들어 지금도 저희를 돕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어떤 학생이 나에게 이야기 하더라구요. “자기 한 몸 편한 것을 위해 양심을 파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고. 자신은 많은 사람과 다른 길을 가고 있고 사회는 다수가 가는 길, 자신이 가기 싫은 길로 가라는 분위기를 조성하죠. 지금 대학에서 대부분이 간과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은 많이 외로운 것이죠. 자기 스스로의 미래도 불확실하게 느껴질 것이고 여러 고민이 많으니까요.

우리가 이 자리에 남아있는 것 자체가 그런 사람들에게 큰 힘을 준다고 생각해요. 만일 인문사회과학서점이 없어지면 문제의식을 갖고 외로운 길을 걸어오던 사람들이 ‘아 이 길은 정말 안되겠구나’라고 생각하여 희망을 잃게 될 것 같아요. 여기 남아 있음으로써 그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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