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요즘은 판타지가 대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판타지는 없을까? 우리나라에는 한국의 ‘해리포터’라 불리는『룬의 아이들』이 있다. 이 중 『룬의 아이들 - 윈터러』는 일본에 수출돼 10대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1위로 뽑히기도 했다. 이런『룬의 아이들』을 집필한 작가는 바로 우리대학 동문인 전민희(정외98졸). 그녀는 우리대학에서 어떤 생활을 했을까? 전민희 작가의 대학생활과 소설, 그리고 20대에게 하고 싶은 말을 들어봤다.

열정으로 가득했던 20대
20대에 작가로 데뷔해 글을 써온 그녀였지만 그녀의 대학시절은 소설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논술’에 맞춰서 글을 썼다. “학교 시험이 논술형이잖아요. 전액장학금을 받았었는데 장학금을 유지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했거든요.” 그렇다고 그녀가 공부만 고집한 것은 아니다.

4년 내내 아르바이트를 했고 대외활동에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학기 중에는 독서토론이나 사상세미나를 하고 방학 때는 사회과학 관련 단체에서 외부강연도 많이 들었다. “모의 UN회의도 참가했었어요. UN협회에서 하는 거였는데 우즈베키스탄 대표가 됐었죠. 자료를 찾으려는데 그 때는 인터넷도 없고, 관련 책도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외교통상부까지 찾아가서 외교백서를 봤었죠” 일주일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던 시절이었다. 이렇게 바쁘게 학창시절을 보내고 찾아온 졸업은 생소했다. “생각해보면 대학 다니는 내내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일이 항상 7~8개 정도 있었어요.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기분이 참 이상하더라고요” 결국 그녀가 다시 찾은 곳은‘소설’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1년 뒤부터 PC통신 판타지 동호회에서 연재를 시작했다.

의외로 대학에서 배운 내용은 글에 도움이 됐다.“ 어느 과를 나왔어도 도움은 됐겠지만, 정치를 정의의 잣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정외과를 나오지 않았으면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선한 사람들만이 모인 선한 정부에서도 악한 정책이 나올 수도 있는데 정치인 의 입장이 아니라 시민의 입장에만 있었으면 이것을 알 지 못했을 거예요. 저는 작가니까 시민의 입장에서만 보면 안 되잖아요”

글 쓰는 것은 뜨개질과 같은 것
그녀는 PC통신에서 첫 작품인『세월의 돌』연재를 시작으로 12년째 판타지 소설을 쓰고 있다. 굳이 ‘판타지’라는 장르를 선택한 것은 판타지가 인간의 내밀한 부분을 밖으로 표현해 주기 때문이라고.

“판타지 소설은 인간 내면에 깊숙이 숨어 있던 인류 전체가 갖고 있는 원형을 꺼내서 표현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겉모습 뒤에 숨어 있는 원형을 판타지라는 요소를 통해 구현하는 거죠. 인간은 본능적 으로 이걸 알아요. 그래서 그냥 재밌다라는 느낌과는 다른 경이감을 느끼는 거죠”

그녀는 어릴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쓴 소설들을 한 권 빼고 다 가지고 있다. 이런 영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책, 영화, 꿈 등 일상 모든 곳에서 영감을 얻어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그것을 소설 속에 짜 넣는가에요. 뜨개질을 한다고 생각해봐요. 무늬 없이 짤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무늬를 넣으며 짤 수도 있죠? 이 무늬를 어떻게 짜느냐가 소설의 재미를 좌우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과연 소설을 구상하는 데는 얼마 나 걸릴까? 첫 작품『세월의 돌』은 무려 5부작이나 되는 세계관의 한 부분이다. 또한 『룬의 아이들』도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야기. 전체 세계를 지배하는 세계관을 구성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녀는 8권 이 나 되 는 『세월의 돌』을 약 1년만에 구상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생각해 오던 이야기가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소설은 이야기가 계속 더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책이 계속 나올수록 내가 만들 수 있는 세계관이 줄어들게 되죠. 하지만 그 속의 재미를 보여주는 게 더 재밌기도 해요”

이렇게 소설을 쓰는 작업을 즐겁고 재밌게 하고 있지 만 힘들 때도 있다. 예전엔 슬럼프가 문제였지만 요즘엔 육아가 문제라고. “하루 24시간동안 이어서 글을 쓸 때도 있었는데 요즘엔 아기가 하루를 24조각 이상으로 잘라놨어요. 슬럼프를 생각할 겨를이 없네요”웃으며 육아의 고충을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작가의 모습뿐 아니라 엄마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글을 쓰고 내가 만족 할 수 있었을 때”가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그녀는 천생 작가였다.

게임? 당연히 해봤죠!
그녀가 활동하고 있는 분야는 소설만이 아니다. 소설 『룬의 아이들』을 기본 스토리로 하는‘테일즈위버’, 곧 서비스를 시작할 MMORPG게임‘아키에이지’까지. 그녀는 게임계에서도 주목받는 작가다. 대학시절 컴퓨터를 사자마자 게임을 시작했다. 처음 게임을 접할 때부터 게임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던 것. 그래서 게임 스토리 전담을 해달라는 제안이 왔을 때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테일즈위버는 제가 쓴 소설을 바탕으로 시나리오 작가가 스토리를 만들었어요. 지금 진행 중인 아키에이지 같은 경우에는 그에 비해 제가 게임 제작에 많이 관여하는 편이에요. 게임의 배경과 기본 줄기, 메인 퀘스트를 같이 담당하죠. 그 외에도 다른 분들 께서 만드신 배경이나 퀘스트를 감수하는 역할을 해요.”

이렇게 게임 제작에도 활발히 참여하는 그녀가 자신이 만든 게임인 테일즈위버를 직접 해봤는지 궁금했다. 답은 당연히 YES! 테일즈위버가 처음 오픈할 때부터 게임을 했다. 길드를 만들어서 모임을 가지기도 했다고. “길드원들은 제가 그 스토리를 쓴 작가인지 모르니까 자세히 적지 말아주세요.”라고 당부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게임을 진정 즐기는 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세상을 지배하는 특별한 흐름을 보라!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오늘날의 20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막막한 취업준비, 자신의 꿈조차 확실히 말하지 못하는 20대에게,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은 뭘까?그녀는‘맥락을 볼 것’을 강조했다. “남들이 다 보는 맥락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핵심적인 맥락을 보는 게 중요해요. 예를 들면 거리를 걸을 때 사람들이 주로 보는 건 김밥천국, 훼미리마트 이렇게 큰 프랜차이즈 업체 간판이에요. 하지만 진짜그 거리의 특징은 그 거리에만 있는 작은 간판에 있는 거잖아요?”

그녀가 말하는 맥락과 흐름을 보는 힘은 현실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에서 나온다. 흐름을 파악하고 나서야 진짜 현실을 볼 수 있다는 것. 흐름을 파악하고 나면 그 어떤 분야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장르문학, 소비문학으로 분류돼 비판받는 판타지 문학 이지만 판타지가 인간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분야라고 말하는 전민희 작가. 그녀가 말하는 것처럼 판타지 소설 속에도 현실이 녹아 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이 불안한 20대를 사는 우리에게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귀 기울여 볼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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