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 시장이 열리다

‘자유무역’은 미국의 오랜 꿈이다. 전통적으로 영토의 확장과 시장의 확대를 추구해 온 미국은 FTA를 통해 본격적인 시장 확대의 길로 들어섰다. 우리나라는 이런 미국의 정책에 적극 협조하는 나라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기 전에 EU, 칠레 등과도 FTA를 맺었다. 그리고 2011년 11월 22일, 한·미 FTA가 비준됐다.

한·미 FTA의 최대 장점은 무역장벽이 낮아져 수출이 쉬워진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 제2위의 수출국이다. 때문에 미국에 물건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한·미 FTA에 긍정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0월 18일에서 21일까지 미국 수출기업 500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응답률 73.3%)에 따르면 미국 수출기업의 91.2%는 “한·미 FTA 발효시 미국 시장 진출을 강화하겠다”고 답했으며 한·미 FTA가 발효되면 “수출여건 개선효과(85.5%)와 매출·수익의 확대효과(79.7%)를 기대”한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정부는 한·미 FTA가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고 발표했다. 2011년 8월 10개 국책연구기관은 ·미 FTA가 체결되면 향후 10년간 일자리가 35만 개 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과일이나 야채 등 농산품의 가격이 인하돼 장바구니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한·미 FTA의 그리 아름답지 못한 뒷태

그러나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듯 FTA 체결에도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전창환 한신대 교수는 「한·미 FTA의 협상 결정의 배경과 그 파장」이라는 논문에서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미국식 FTA모델, 즉 비대칭적인 신자유주의적 FTA 모델과 맞서 유리한 협상결과를 이끌어내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통합연대 심상정 공동대표는 「지적재산권」 특별기고에서 “한·미 FTA는 경제의 근간을 바꾸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면밀한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한·미 FTA는 수출입 장벽을 허문다는 의미뿐 아니라 미국식 경제체제를 우리나라에 도입시킨다는 의미도 갖는다. 때문에 FTA가 시행되면 그 영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의 가장 취약한 산업인 농업 분야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영천시 농민회 이진우(43) 사무국장은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사료를 수입하는 체제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 운송료가 더 붙게 된다”며 “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 축산품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제약산업, 교육시장 등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산업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 제약사들의 신약 특허권 강화를 인정하는 ‘허가특허 연계제도’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비교적 값이 싸고 질이 좋은 카피약을 사용할 수 없게 돼 가격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과의 FTA로 피해를 입은 나라들이 있다. 1994년에 미국과 FTA를 체결한 멕시코의 경우 신자유주의적 의료보험 체제가 침투해 국가적 의료보험 체제가 붕괴됐다. 때문에 국민의 55.7%가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옥수수 수입이 개방돼 옥수수 수출국이던 멕시코는 세계 4위의 옥수수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칠레는 미국과 FTA 체결 후 수출이 늘었지만 비정규직 고용도 늘었다. 미국과의 FTA 체결 이전 8%가 넘던 실업률은 큰 변화가 없다.

한국의 발목을 잡는 독소조항 12가지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미 FTA에는 소위 ‘독소조항’이라 불리는 12가지 조항이 포함돼 있다. FTA에 반대하는 이들이 가장 문제로 꼽고 있는 조항들로 △투자자 - 국가제소권 (ISD) △래칫조항(톱니바퀴의 역진방지장치) △서비스시장의 네거티브방식 개방 (Negative List)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보상 △공기업 완전민영화 &외국인 소유 지분 제한 철폐 △지적재산권 직접 규제 조항 (Trips) 등이 있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는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제도로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해당기업에게 불합리한 현지의 정책 또는 법으로 인한 재산적 피해를 보호하기 위해 국제기구의 중재로 분쟁을 해결토록 한 것이다. 즉, 한국에 투자한 미국자본이나 기업이 한국정부를 상대로 국제민간기구에 제소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투자자본이나 기업이 피해를 봤다고 판결이 나면 한국정부가 현금으로 배상해야 하는데 국제기구가 힘이 강한 미국계 기업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외교통상부 FTA과 박태영 과장은 희망나눔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국제기구가 편파적인 판단을 했다면 이미 그 신뢰성을 잃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는 제소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해명했다.

래칫조항은 한번 개방된 수준은 어떠한 경우도 되돌릴 수 없게 하는 조항으로 선진국 및 산업국가 사이의 FTA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FTA로 인해 무너진 산업의 경우에도 그 산업을 살리기 위해 다시 개방 수준을 낮출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반박문을 발표해 “래칫조항은 한·미FTA 모든 사항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며, 투자와 서비스에 관련된 부속조항에만 한정해 적용한다”고 주장했다.
그 외에도 공기업 완전민영화의 경우에는 현재 공기업이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의료보험, 가스, 전력, 상하수도 등이 사유화돼 서민경제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한국 정부에서는 이 경우 ‘미래유보’라는 조항에 의해 한국 정부의 포괄적인 통제 하에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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