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개그가 이토록 인기를 얻게 되는 이유에는 무엇이 있을까? 예로부터 풍자개그는 사회가 혼란스러운 시기에 전성기를 구사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윤태진 교수는 “풍자개그는 국민들이 정치나 사회에 대해 느끼는 실망감이 클 때 성행한다”며 “국민들이 가진 불만을 풍자개그로 드러냄으로써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을 개그맨들이 풍자와 우스갯소리로 대신 해줄 때 시청자는 이에 공감하고 통쾌함을 얻는다. 또한 풍자개그는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도 인기를 얻을 수 있다. 언론이 올바른 비판 기능을 상실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을 때, 풍자개그가 언론이 말하지 않는 현실을 꼬집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전에 인기를 끌었던 풍자개그 코너들의 배경을 알아보자. <회장님, 우리 회장님>, <네로 25시>의 경우 군사정권이 힘을 잃어가던 1980년대에 인기를 끌었다. 군사정권에 억압받던 국민들이 이들의 정치, 사회풍자를 보고 공감하며 즐거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2000년도 <3자 토론>의 인기 배경에는 17대 대선이 있었다. 대선을 앞둔 정권 교체기에는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지기 때문이다. 정권교체기에 풍자개그가 성행한 것은 17대 대선 때만의 일이 아니다. 각각 13, 14대 대선을 앞뒀던 1987년, 1992년에도 <따따부따>, <가는클럽토론회> 등의 풍자개그가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사마귀유치원>, <비상대책위원회>, <나는하수다>, <K잡스타> 등의 코너가 풍자개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것 또한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빈부격차, 불공평한 소득분배, 20대 취업난 등 국민들의 걱정거리가 풍자개그의 인기를 다시 몰고 온 것이다. 한편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이종혁 교수는 최근 풍자개그의 인기에 다른 이유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과거보다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창구가 많아진 것도 인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풍자개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풍자개그 코너 <나는 하수다>에 출연 중인 개그맨 고명환(41)씨는 “처음 <나는 하수다>를 기획할 때는 이 코너가 통과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며 “최근 상황을 보면 우리 사회가 문화적으로 발전 중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최근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네티즌들의 반응은 강도가 더 센 풍자를 해달라는 것이 대부분이다. 고명환씨는 이러한 요구에 대해 “시간이 지날수록 시청자들이 바라는 대로 흘러갈 것”이라며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개방적으로 풍자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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