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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노리는 문화카드의 유혹
김용식 기자 | 승인 2012.03.01 21:33

“저렴한 가격으로 문화생활을 마음껏 즐길 수 있습니다?”

문화생활을 꿈꾸는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솔깃할 말이다. 특히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라면 더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1년 전 갓 대학에 입학 한 강동수(가명)군은 ‘2만원을 내면 6개월간 연극을 공짜로 볼 수 있다’는 영업사원의 말에 그 자리에서 바로 문화카드를 신청했다고 한다.

문화생활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이처럼 일정 기간 동안 지정된 금액을 내면 영화, 공연 등을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문화카드가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특히 새학기에 대학 캠퍼스나 대학로, 강남, 홍대입구 등 번화가에서의 길거리 마케팅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면이다. 문화카드의 대표적인 업체는 ‘프리코’와 CMS엔터테인먼트에서 운영하는 ‘Play1004(플레이 천사)' 등이 있다.

프리코는 1년에 13000원(1인)을 내고 영화 및 초대공연을 관람할 수 있고, 플레이 천사는 22000원을 내면 6개월간 매달 4편의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다. 초대공연의 경우 2~3천원의 문화 후원비를 내야하지만 제값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즉, 잘만 이용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문화천국인 셈이다. 대학로에서 만난 김혜민(서울산업대) 학생도 “2번 정도 사용했는데 만족한다”며 재구매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 카드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지현(의과대ㆍ간호4) 학우는 “판매할 때 말한 것과는 다르게 안 되는 서비스가 너무 많았다”며 “세부사항에 대한 안내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문화카드를 제대로 사용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마케팅 방식이 지적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공짜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실속은 없다는 것이다. 공격적인 마케팅에 강매를 당했다는 불만 글도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아래 사례를 통해 문화카드에 대해 살펴보자.

#1. 뜨거운 여름, 여친과의 데이트는 공연장으로~

데이트 걱정은 끝! A씨는 뜨거운 여름햇살이 내리쬐는 날마다 여자친구와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 대체 그 비용을 어떻게 다 부담했을까? 문화카드가 바로 그 비결이다.

A씨는 지난여름 프레이천사 카드를 구입했다. 덥다고 칭얼대는 여친에게도, 땀 뻘뻘 흘리며 걷는 자신에게도 공연장은 최적의 장소다. 데이트 1~2주 전에 사이트에서 공연을 예매하기만 하면 끝! 문화 후원비 3,000원만 내면 만사 오케이! 6~7월 두 달 동안 네 번이나 깨알같이 이용했다. 공연평을 꼼꼼히 읽어서 공연의 질도 나름 만족이다.

조금만 신경 쓰고 챙긴다면 문화카드 하나로 문화생활도 즐기고 백점만점짜리 남자친구도 될 수 있다는 사실!

#2. 알고 보면 실속 있는 문화카드!

캠퍼스를 지나가다 우연히 플이코 카드를 구입하게 된 B양. 억지로 판매하려는 통에 찝찝했지만 인터넷을 찾아보고 나서 플이코 카드가 의외로 꽤 쓸 만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영화 시사회에 응모할 수도 있고, 일부 공연의 경우 공짜로 관람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2인 예매도 가능하니 친구에게 연극 보여주고 생색내는 것도 주말 일정 중 하나로 추가요~ 3,000원 내고 연극 보여주고 7,000원짜리 밥을 얻어먹으니 연극도 보고, 밥도 먹고~ 꿩먹고 알 먹고~ 이것이 진정한 남는 장사 아닐까?

#3. 강의실 방문판매, 상술에 속다

갓 대학에 입학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수업에 들어간 C군. 하지만 황당한 경험을 했다던데?

바로 수업이 끝나자마자 정치인도 울고 갈 화려한 말빨의 소유자가 등장한 것! 단돈 13,000원에 공짜로 연극,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영업사원의 말에 홀딱 반한 C군과 친구들. 두 눈에 하트 뿅뿅 달고 플이코 카드를 구입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한 횟수는 1년간 0번! 막상 보려니 제공되는 영화 중에는 볼만한 영화도 없고, 보고 싶은 연극은 이미 매진 상태. 게다가 판매할 때는 일언반구도 안 한 문화 후원비까지 있다니! 실망한 C군은 결국 그 이후로 문화카드를 꺼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4. 길거리 마케팅, 이거 사기 아니야?

“오빠가 좋은 거 소개시켜 줄게~ 이게 오늘 여자 60명만 선착순으로 나눠주는 게릴라 이벤트하는 거야~ 연극 좋아해?” 수능 끝나고 오랜만에 친구와 연극을 보러 대학로를 찾은 D양. 지하철역을 나서자마자 손목을 잡아끄는 어떤 시커먼 남정네의 손길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남자는 무시하고 지나가려던 D양 앞을 척 하고 막아서더니 묻지도 않은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오빠는 대학로에서 연극하는 사람인데 이 카드가 6개월간 한 달에 4편씩 연극을 무료 볼 수 있는 카드야. 이걸 왜 주냐면 사람들이 소극장 공연을 많이 안 보잖아? 무료로 보고 입소문 많이 내달라고…….” 끼어들 틈도 없이 입을 놀리는 자칭 ‘오빠’가 길을 막고 홍보를 해대는 통에 D양은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지갑을 열었다. ‘등록비’ 2만원을 현금 인출기에서 뽑아 쥐어주면서 드는 이 찜찜한 기분이란. 손에 쥐어진 문화카드와 대충 별표하나 그려져 있는 영수증은 아무리 봐도 고작 종이쪼가리로밖엔 안 보이는데? 이거 진짜이긴 할까?

김용식 기자  divb92@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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