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기자는 서울시 구로구에서 다문화 학교인 지구촌 학교 개교식 및 입학식에 참석했다. 지구촌 학교는 정규 초등학교 과정에 다문화 특성화 교육이 결합된 국내 최초 초등학력 안정 대안학교로 기자 본인이 후원 중인 곳이다. 이곳에서는 다문화 어린이, 중도 입국 어린이, 외국인 근로자 자녀, 다문화 교육을 원하는 한국 어린이들에게 전액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개교식 자리에는 서울시 곽노현 교육감, 구로구 이성 구청장, 새누리당 신상진 의원, 민주통합당 이인영 최고위원, 가수 하춘화 선생이 함께했다. 이외에도 많은 취재진이 앞쪽 자리에 몰려있었다. 식이 진행되는 동안 사회자는 많은 기자들로 인해 식 진행이 어려워 기자들에게 비켜달라는 양해를 여러 번 구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앞자리를 차지하고 비키지 않았다. 이로 인해 관람석 여기저기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을 표했다. 기자도 앞에 있던 많은 기자들로 인해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건지지 못했다.

지구촌 학교의 한 직원은 “이전에는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이 학교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며 “그런데 오늘은 다른 날과는 너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이 이렇게 많이 온 이유는 학교의 주인공인 다문화 어린이들이 아닌 저 앞에 있는 사람들 때문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행사가 끝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개교식에 함께 참석했던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운전하시던 50대의 아저씨는 “우리나라가 아직도 권력이나 명예를 가진 사람들을 동경하고 머리를 조아린다”며 안타까워했다. 기자의 동생도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들 중심으로 시선이 모이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다른 일행은 “오늘 같은 상황이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구촌 학교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대상은 다문화어린이들이었다. 그러나 정작 기자 본인도 개교식의 주인공인 아이들에게 집중하지 못했다. 이리저리 허울을 좇는 현 시대의 우리는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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