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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은 동포가 아니다?
홍미진 기자 | 승인 2003.12.01 00:00

▲ © 심상인 기자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 조선족들이 재외동포법을 개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재외동포법 적용대상을 확대해서 자유왕래를 허가해 달라는 것. 그러나 국회와 정부는 재외동포법 개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개정 논란이 일고 있는 재외동포법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짚어본다. - 편집자 풀이 -

조선족 김씨: 나는 가정집에 있었는데 그 집에서 1달하고도 5일 넘게 일 했거든. 주인한테 월급 달라고 하니까, 40%는 저금을 하고 나머지 60%만 주겠다는 거야. 그래서 “그런 노동법은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하니까 주인이 “중국년이 얼마나 똑똑하다고 아는 척을 해!”라고 욕을 해대는거야. 그러더니 “너 죽여서 산에 묻어도 아무도 모른다”고 하면서 두들겨 때리더라고. 그때 갈비뼈 부러지고 피도 흘리고 난리가 아니었어. ‘사람 살리라~’하고 소리질러서 도망쳐 나왔지. 내가 이북에서 태어나서 중국거쳐 한국까지 온 사람이야. 이놈의 한국땅에서 차별도 많이 겪고 욕도 많이들었지.

조선족 이씨: 나는 빌려준 돈도 못받았어. 식당에서 일하다가 돈을 빌려줬거든. 근데 빌려간 사람이 돈을 안 갚는 거야. 불법딱지 붙어서 돈 받으러 갈 수도 없고. 우리 다들 인간 취급 못 받고 살아왔어. 우리가 무슨 죄인이야?

조선족 박씨: 자유왕래가 안되니 한국에 오려면 다른 기관이나 사람을 끼고 들어올 수밖에. 여기 한번 들어오려면 천 만원 이상 씩 빚을 져서 브로커한테 내야 올 수 있어. 이것만 갚는데도 2년이 넘게 걸린다고.

조선족 최씨: 결국 이 돈이 다 중소기업이나 외교통상부 등으로 흘러 들어 가는 거야. 그러니까 자유왕래를 못하게 하지. 수입이 줄어드니까. 정부가 가장 큰 도둑이라니까. 정부가 우리를 범죄자로 만드는 거야.

재외동포법이 문제시 되는 가장 큰 요인은 700여만 명 중 300여만 명이 재외동포법 적용대상에서 재외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들은 합법적인 체류를 하지 못하고 불법체류로 쫓겨다니면서 인권탄압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남치성(67)씨는 “항일투쟁 전사자의 80% 이상인 조선족들에게 특혜는 주지 못할망정 ‘동포’로조차 인정하지 않아 차별적인 삶을 살게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적이 없으면 동포가 아니다?

이렇게 조선족이 ‘동포’에서 제외된 이유는 정부가 ‘동포’의 규정범위를 선정하는데 있어서 ‘국적’을 중심으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재외동포법은 ‘동포’를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했던 자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 중 대통령령이 정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족의 대부분의 이주시점이 대한민국 수립 이전이고 해방 당시 대한민국과 중국 사이에 국교가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조선족들이 국적취득절차를 밟지 못했다. 때문에 국적이 없는 이들은 ‘동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권탄압에 지친 일부 조선족들은 중국국적을 포기하고 한국국적을 회복하려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불러올 소지가 있어, 지속적인 한·중 외교를 통해 신중히 해결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동포, 단순노무 안된다고?

또한 현행법은 재외동포법에서 ‘동포’를 단순노무에 종사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조선족의 과잉유입을 막아 노동시장의 혼란을 방지하자는 논리다. 하지만 과잉노동력에 대한 시장의 조절능력을 감안한다면 조선족의 단순노무를 규제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제고해봐야 한다.

이처럼 재외동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동포’의 범위와 ‘법적 지위’가 문제시되는 상황에서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조선족들은 ‘불법 체류자’라는 멍에 속에 심각한 인권탄압을 받고 있다. 먹고살기 위해 천만 원씩 빚을 지고 ‘불법체류’를 감수하는 이들을 무조건 막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300만이라는 적지않은 수의 이들을 인권탄압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대안모색이 필요하다.

이 대안으로 조선족들은 재외동포법을 개정할 것과 불법체류를 사면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를 시행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어려움 때문에 재외동포법 개정을 미루다가는 그나마 있던 재외동포법 마저 폐기될 위기에 놓인다. 재외동포법이 폐기되도록 놓아두기 보다는 중국, 일본 등에 있는 우리 ‘동포’들의 인권 향상을 위한 재외동포법 개정에 힘을 쏟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홍미진 기자  h-logall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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