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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껍질을 깨는 시간, 영화 <줄탁동시>
남기인 기자 | 승인 2012.04.08 21:47
줄탁동시(啐啄同時)란,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쪼아 깨뜨리는 것과 어미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려 주는 것이 동시에 이뤄져야 함을 말하는 사자성어다. 아마도 감독은 사회에서 어느 하나 따스한 손길을 내밀지 않는 소수자인 소년의 모습을 통해 우리 모두가 엄마 닭의 역할을 인지해주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알을 깨고 나오려는 그들에게 알을 깨트려주는 움직임도 필요하다는 점을 말이다.

영화의 영어제목은 ‘Stateless Things’로 국적 없는 것이라는 뜻이다. 국적뿐만이 아니라 의지할 곳조차도 없는 소수자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먹먹한 기분이 들게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면해버린다면 결국 이 사회 전체는 더욱 먹먹하고 척박해지지 않을까?

물론 이 영화에서 심오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쁜 게이의 러브신에 혹해서든 어째서든 아무렴 좋다. 일단 한 번 보게 되면 세계 영화계에서 많은 호평과 상을 받은 영화인만큼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낄테니 말이다. 줄탁동시,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오락처럼 볼 수 있는 영화는 분명히 아니다. 그렇지만 보고 난 뒤에 여러 가지를 곱씹어 볼 수 있으며 잔향이 오래 남는 영화가 될 것이다.

   
줄탁동시의 줄거리
물불 가리지 않고 돈벌이에만 몰두하는 준은 탈북 소년이다. 신분도 불안정하고 특별한 기술도 없는 사회의 약자인 그는 주유소에서 열심히 일하지만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주유소에서 함께 일하는 순희도 주유소 사장으로부터 성희롱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사장의 행패를 견디다 못한 그들은 함께 도주해 버린다. 둘은 잠시 즐거운 한때를 보내지만 순희는 준을 떠난다. 척박한 도시에서 가난에 시달리던 준은 결국 남자에게 몸을 파는 지경까지 이른다.

한편 게이 소년 현은 모텔을 전전하며 몸 파는 일을 한다. 현은 유능한 직장인 성훈을 만나, 그에게 사랑받으며 고급 오피스텔에서 안정적으로 살고 있다. 하지만 성훈에게 자신은 떳떳하지 못한 존재, 숨겨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고 성훈과 멀어진다. 현은 외로움에 사무쳐 어떻게 벗어날지 몰라 무작정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

암울한 회색빛 도시에서 방황하던 두 소년, 현과 준이 만나면서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토론 참여자: 윤범식(문과대ㆍ문화콘텐츠3),  황지애(문과대ㆍ문화콘텐츠3)

사회자: 영화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었나요?
: 준이 새벽의 도시를 계속 걸어가는 장면이요. 좀 늘어지는 장면이었지만 지루하지 않았어요. 편집 없이 쭉 가면서 도시의 배경을 보여주는 그 장면이 주인공의 인생을 그냥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주인공의 걸음을 따라가며 ‘쟤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하고 고민하게 되더라구요.

   
▲ 황지애 학우        ⓒ 이호연 기자

:저도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처음엔 ‘아무래도 너무 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장면이 유독 길었던 이유에 대해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요, 영화 내용이 워낙 복잡하니까 감독이 그 장면을 통해 영화 전체를 정리할 시간을 준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렇게 생각해보니 이해가 가더라고요.

: 또, 특정한 한 장면은 아닌데, 대조되는 장면들도 기억에 남네요. 준과 순희는 계속 어딘가를 향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반면 현은 항상 어두운 분위기의 방안에만 있었잖아요. 대비가 잘 돼서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사회자: 아쉬웠던 점은요?

   
▲ 윤범식 학우          ⓒ 이호연 기자
윤:  영화 자체가 구체적인 사건이 있기 보다는 다 상징적이라서요. 한 번 보고 나서는 그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없을 것 같아요. 여러 장면들 중에서 특히 현과 성훈의 정사 장면이 보기 힘들었어요. 몇 분가량 계속 한 컷이었잖아요. 둘의 미묘한 감정 변화가 느껴졌지만 그래도 그건 너무 길었던 것 같네요.

: 영화가 전반적으로 성적인 장면들이 너무 많았다는 점이요. 거부감 드는 부분이 많았어요.

: 좀 그렇기는 했죠. 그런데 그런 거부감 드는 성적인 장면들을 감독이 완전히 허구로 꾸며낸 것 같지는 않았어요. 그게 바로 성적 소수자들의 현실 아닐까요.






사회자: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무엇이었을까요?
윤: 순희와 준이 고궁에 가서 해와 달 얘기를 할 때 어렴풋이 주제를 짐작할 수 있어요.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낮과 밤을 이루며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지는 얘기를 하죠. 준과 현이 서로 보완해주며 새롭게 부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던 것 같아요.

황: 주제가 다수에게 통하는 메시지라기보다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던지는 한마디인 듯해요. 발가벗고 공사장 한복판에 던져진 게 그들의 현실이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죠.

사회자: 본인이 직접 이 영화에 어울리는 문구를 만들어 본다면요?
황:
‘서로 다른 두 소년의 같은 어둠을 그린 영화’ 라고 하고 싶네요.

윤: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제에 충실하자면 ‘사회적 소수자 입장에서 현실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영화’, 영화의 전체적인 배경과 연관 짓는다면 ‘밝은 것도, 어두운 것도 아닌 흐리고 몽롱한 경계선에 있는 영화’ 정도요. 하나 더 추가하자면 이 영화를 통해 ‘표면 속에 숨어있는 의미를 알아내는 재미’를 느껴볼 수도 있죠.

남기인 기자  kissess77@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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