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등교육법 개정 후 대학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본ㆍ분교 통합을 진행하는 사립대가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이를 취재하기 위해서 일단 각 대학 홈폐이지에 공개된 이사회 회의록이나 평의원회 회의록을 통해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한 후 대학에 취재요청을 했다.

그러나 각 대학본부는 모두 “보안상 외부 유출이 불가능한 대외비”라며 “이것을 말하면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란 말만 반복하고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한편, 취재에 협조해준 학생들은 “통폐합을 준비하고 있을 때 학교가 무엇을 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학내 구성원 중 일각을 차지하는 학생들은 통폐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는 올해 초,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 사립대는 등심위 회의록을 공개하지도 않았다. 당시 등심위에서 간사를 맡았던 직원에게 취재요청을 하자 그는 “다른 학교 회의록은 확인해 봤느냐”, “내부인원만 확인할 수 있다”는 등으로 말을 돌렸다. 그러나 등심위 학생위원은 “등심위 회의록은 보지도 못했다”고 고개를 저었다.

대외비는 상대기업이나 적국이 취득할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정보라 기밀에 준해 관리하는 사안을 의미한다. 여러 대학들이 학생들에게 학사구조조정에 대해 아무런 정보전달하지 않았던 것은 이 또한 대외비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우리대학 한 학우는 “나중에 모두 다 알게 될 것인데 끝끝내 숨기려는 대학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구조조정을 은폐해서 얻는 장점이 도대체 무엇이냐”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직원들은 혼란을 방지하기위해서 라고 말했지만 학생들이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생길 혼란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결국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한 학교의 이해 못할 기밀유지는 학생들의 반발과 대학 이미지에 악영향만을 끼치게 된다. 익명의 한 학우는 “아무리 대학의 운영에 학생이 관여할 수 없다지만 학교의 이런 방식은 결국 학생들의 불신만 낳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정직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다”며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공개됐을 때를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대학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학교의 외형을 아름답게 바꾼다거나 신문광고를 늘리는 방법으로 학생들의 애교심을 고취시킨다는 것은 근시안적인 사고일 뿐이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학교의 운영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학 운영에 학생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이 있다면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주인의식과 자부심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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