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의 만화 ‘26년’을 아시는지. 5ㆍ18 광주 사태를 다룬 감동적인 내용으로 인기를 끌었던 이 만화는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 제작될 계획이었으나 계속해서 제작이 무산돼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그런데 얼마 전 영화 ‘26년’이 다시 화제가 됐다. 소셜 펀딩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영화 제작 자금을 모은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소셜펀딩은 자금이 없는 개인이나 단체가 자신의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대중에게 후원을 받는 방식을 말한다. 대중들이 후원을 한다는 점에서 ‘크라우드 펀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소셜펀딩에 참여하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단체든 개인이든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후원을 받을 수 있다. 프로젝트가 꼭 크게 진행되는 것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조그마한 손목 쿠션을 만드는 일부터 ‘26년’과 같은 영화 제작까지, 소셜펀딩에 도전할 수 있는 프로젝트의 범위는 무척이나 다양하다. 독립 잡지 출판, 콘서트 개최, 사회적인 활동 등 다른 누군가의 흥미진진한 프로젝트를 둘러보고 원하는 곳에 직접 후원을 할 수도 있다.

자, 그렇다면 영화 26년은 어떻게 됐냐고? 2억 5천만원 정도의 모금액을 얻어 초기의 목표 금액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후원자들의 요청으로 5월 31일까지 기간을 늘려 계속해서 소셜펀딩을 진행 중이다. 나의 작은 아이디어가 모르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실현된다, 어쩌면 정말 환상적인 일이 아닌가? 소셜펀딩을 통해서라면 그 주인공은 바로 내가 될 수도 있다.

소셜펀딩은 플랫폼 사이트를 통해 후원자와 프로젝트 제안자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모금을 원하는 사람이 소셜펀딩 플랫폼 사이트에 자신의 프로젝트를 올리면 후원자가 그것을 보고 원하는 프로젝트에 후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소셜펀딩은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2008년 1월 세계 최초로 문을 열은 ‘인디고고’와 2009년 4월 시작된 ‘킥스타터’는 소셜펀딩의 개념을 발전시킨 대표적인 소셜펀딩 플랫폼 사이트다. 킥스타터는 현재 가장 유명한 소셜펀딩 사이트가 됐으며, 인디고고의 경우 2011년 분석 결과에서 매달 3000여 개의 프로젝트가 올라올 정도로 거대한 소셜펀딩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텀블벅’, ‘굿펀딩’, ‘펀듀’, ‘개미스폰서’ 등의 소셜펀딩 플랫폼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 소셜펀딩에 올라오는 프로젝트는 독립영화를 제작하거나 전시회 개최 등 대부분 문화예술분야의 사업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특별히 사회적 활동을 후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소셜펀딩 사이트도 있다. ‘소셜펀치’의 경우 ‘제주 강정마을 인권지킴이 활동’이나 ‘Help Us Save Africa’와 같이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프로젝트를 주로 다룬다.

소셜펀딩 플랫폼 사이트인 ‘펀듀’의 관계자는 “소셜커머스와 소셜펀딩의 차이를 묻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소셜커머스는 상업성이 강한 반면 소셜펀딩은 보다 공익성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소셜펀딩 프로젝트는 프로젝트 제안자가 설정한 목표액을 일정 기간 내에 모으는 방식이다. 각 소셜펀딩 사이트들은 목표액에 도달하지 못하면 후원자에게 모금액이 다시 환불되는 방식을 택하거나, 다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프로젝트 제안자에게 그냥 전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일반적인 기부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소셜펀딩은 이와는 달리 누구나 모금을 제안할 수 있다. 또한 대중이 제안자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그리고 자신이 후원하는 금액이 어디에 쓰일 것인지에 대해 확실히 알고 선택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제안자는 후원된 금액이 이후 어떻게 쓰일 것인지, 그리고 자신이 제작하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사람들의 눈길을 끌 만한 상세한 설명을 해야 더 많은 후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소셜펀딩에 참여한 후원자가 일정한 보상을 받게 된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예를 들어 음반을 제작하는 프로젝트에 후원을 한 경우 그에 대한 보상으로 CD를 받게 된다. 실제로 ‘26년’은 2만원 이상 후원한 사람에게 영화 포스터와 시사회 티켓을, 5만원 이상 후원한 사람에게는 이에 더해 DVD를 제공하고 엔딩크레딧에 이름이 오르는 ‘보상’을 약속했다.

한편 소셜펀딩에 올라온 프로젝트는 주로 SNS나 커뮤니티를 통해 홍보를 하게 된다. 특히 프로젝트의 제안자와 함께 후원자도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선다. ‘소셜펀치’의 운영자 오병일 씨는 “제안자와 후원자 모두 자신의 SNS를 통해 홍보를 하고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대중의 후원을 통해 함께 누군가의 씨앗을 싹틔우는 일, 그것이 소셜펀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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