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이라는 말이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은 대통령 선거 후보시절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였다. 그 후 2010년 대학가에는 ‘반값등록금’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천만 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의 절반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친 것이다. 이에 여당에서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국가장학금’이다. 국가장학금은 총 1조 7천 500억 원의 자금으로 소득 0~7분위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Ⅰ유형에 해당하는 0~3분위 학생에게는 최대 450만원을, Ⅱ유형에 해당하는 4~7분위 학생들에게는 각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금액을 책정해 장학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국가장학금은 올해 초 시행초기부터 지금까지 ㅿ근본적인 등록금 문제 해결 불가 ㅿ신청 자격 논란 ㅿ선정기준인 소득분위 산정 논란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가장학금. 그렇다면 과연 구체적인 문제점은 무엇일까? <건대신문>에서 국가장학금에 대해 알아봤다.

국가장학금은 기본적으로 대학의 공공성을 실현시키기 위해 시작됐다. 대학생들이 받는 교육을 국가가 공공의 문제로 보고 해결해 주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장학금은 ‘대학등록금 부담을 줄이고, 저소득층이더라도 의지와 능력이 있다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이런 취지가 무색하게 국가장학금은 초기부터 실효성 논란에 휘말렸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 실효성 있나?
정부가 국가장학금에 투입한 예산은 1조 7천 500억 원이다. 한국장학재단에서는 “5년 전인 2007년에 국가장학사업 예산이 979억 원이었던 것에 비해 20배 정도 규모가 커진 것”이라며 “지난 1학기에 1인당 평균 98만 원을 지원받았고, 대학등록금 인하분과 교내장학금 확충분까지 감안하면 평균 121만 원 정도의 등록금 부담 완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우들이 이런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등록금 부담을 완화시키기에 1조 7,500억 원은 턱없이 부족한 액수이기 때문이다. 등록금넷 조진 간사는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6~7조의 예산이 든다”며 “지금의 예산으로는 이를 감당하지 못해 실질적인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학교육연구소에서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장학금 Ⅰ유형에 해당하는 기초생활수급자 학생이 받는 장학금 450만원은 사립대 인문사회계열 등록금의 3분의 2정도이며, 이과 계열 등록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대학생의 80% 가량이 사립대학에 다니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국공립대를 기준으로 장학금을 책정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저소득층 장학금 기준을 국공립대와 사립대로 구분하고, 단계적으로 소득분위별 지급비율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전히 높은 등록금, 사립대들은 꿈쩍도 안 해
등록금 문제를 대하는 각 대학들의 태도도 논란의 대상이다. 국가장학금 중 Ⅱ유형은 ‘대학 자체 노력 인정 규모’에 따라 장학금을 차등 지원한다. 자체 노력 인정 규모는 등록금 인하 인정 규모와 장학금 확충 인정 규모를 합해 측정된다. 이는 국가장학금 재원으로 등록금 인하를 유도하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각 대학들은 등록금을 내리기보다 장학금 규모를 확충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사립대의 경우, 고려대(2.0%), 연세대(2.3%), 서강대(2.4%) 등 평균 2% 대의 인하율을 보여 국가에서 장학금 지원 기준으로 제시한 인하율(5%)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대학교육연구소에서는 “대학들이 등록금 직접인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사회적 요구를 무시한 채 비싼 등록금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대학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또, 조진 간사는 “각 대학에서 등록금을 5%이상 인하할 경우 국가장학재단에서 지급되는 장학금을 100이라고 본다면, 현재는 등록금 인하율이 평균 2%이기 때문에 40정도만 각 대학에 지급되고 있다”며 “결국 대학이 등록금 부담을 학생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학들이 더 많은 장학금을 지원 받을 수 있음에도 등록금을 적게 인하해 제도 자체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등록금 문제 해결할 근본적인 법제도 개선 필요
그렇다면 국가장학금 제도 자체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사실, 지금은 국가장학금과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어떤 법적 근거도 없는 상태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정부예산 1조 7천 500억 원을 투입한다는 것 이외에 장기적으로 낮은 등록금을 안착시킬 수 있는 법제도 마련계획이 전무하다”며 “당장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예산이 투입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과 전국총학생회모임이 주최한 ‘반값등록금 화끈한 토론회’에서도 등록금 인하를 위한 제도가 미비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장지호 총학생회장은 “그동안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두루뭉술한 정책만 내 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문제가 이어져온 것”이라며 “사립재단 회계 감사, 이월금과 적립금 활용, 등심위 문제 등을 해결할 방법을 법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통합당에서는 반값등록금을 실현시키기 위해 등록금 상한제와 고등교육법 개정을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새누리당 역시 반값등록금 토론회 자리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등록금을 꼭 낮추도록 할 것이다”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 실효성 있는 법안이 만들어지고, 효과를 보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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