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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의 완성은 경제민주화로
김용식 기자 | 승인 2012.09.23 20:42
"대중들은 바보스러울 만큼 착하게 자발적 복종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박재우가 통쾌하다는 듯 와인잔을 단숨에 비웠다. 강기준도 호기롭게 와인잔을 비웠다. "바보스러울 만큼 착하게 자발적 복종을 한다! 그 말 아주 좋아. 우리 골든 패밀리의 영원한 건재를 위해 건배!“

이는 조정래의 소설 『허수아비 춤』의 한 대목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강기준은 ‘돈’을 위해 대기업 회장의 손발로 일한다. 정관계ㆍ사법부 로비, 차명계좌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 경영권 불법 승계 등 가리는 일이 없다. ‘돈’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다. ‘바보스러울 만큼 착하게 자발적 복종을 한다’라는 그의 말은 재벌 기업이 민중에게 갖고 있는 시각을 대변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한 ‘소설’로만 그치지 않는다. 너무나 적나라하게 우리나라의 현실을 담고 있다. 실제로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김병권 부원장의 분석에 따르면 범삼성그룹, 범현대그룹, 범엘지그룹을 포함한 5대 재벌그룹의 국내총생산 대비 매출액 비중은 2010년 70.4%에 이른다. 인구의 0.1%도 안 되는 재벌 총수와 일가친척들이 나라 경제력의 70%를 쥐고 흔드는 셈이다. 또한 재벌들은 경제력을 이용해 언론을 통제하고, 정치계 및 법조계에 로비의 손길을 뻗친다. ‘재벌의 대한민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경제민주화’다. 경제민주화란 말 그대로 경제 영역에서 ‘민주화’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우리대학 최정표(상경대‧경제) 교수는 “정치민주화가 독재 권력의 횡포와 권력남용을 배격하고 몰아내자는 것이라면 경제민주화는 경제영역에서 집중돼 있는 힘을 분산시키자는 것”이라며 “현재 독점 권력을 갖고 있는 재벌을 개혁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경제민주화 관련 시각은 달라
이런 배경에서 경제민주화는 이번 19대 대선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박근혜 후보가 가장 먼저 대선주자로 나서면서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겠다고 밝혔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그리고 안철수 후보 역시 ‘경제민주화’가 가장 큰 과제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에 관한 내용은 세 후보가 각각 조금씩 다르다. 특히 박근혜 후보의 경우 현재 있는 재벌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며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겠다는 입장인 반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재벌의 구조적 개혁을 내세운 점에서 차별화 된다. 여기서 핵심적으로 논의되는 사안은 △순환출자금지법 △출자총액제한 부활 △금산분리 강화 등이다.
민주통합당 김현미 의원은 “우리나라는 조세, 금융, 시장, 노동, 경영 등 경제 전 분야에 걸쳐 민주화가 시급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재벌의 발을 묶는 순환출자금지법 등이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은 현재 이를 위해서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등의 내용을 포함한 7개 의제에 28개 법안과 1개 결의안을 당론발의 중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김현미 의원은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줄푸세(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는 신자유주의적 구호)를 같은 것으로 보고 있어 경제민주화 추진이 어려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의 시선은 제각각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 신석훈 선임연구원은 “경제민주화는 대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부 통제가 필요하긴 하지만 50%의 나쁜 점 때문에 구조자체를 해체하자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대의견을 표했다. 반면 최정표 교수는 “지금의 양극화 상황을 바꾸려면 경제민주화와 그에 따른 재벌 개혁이 시급하다”며 재벌 규제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에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장흥배 간사는 “경제민주화가 나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책을 실행할 의지가 있는 당과 후보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식 기자  divb92@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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