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우리나라 주민등록번호와 유사한 ‘마이 넘버’제도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모든 국민에게 고유 번호를 부여하고 IC칩이 내장된 카드를 배부할 예정이다. 일본 내각은 마이 넘버를 통해 납세실적과 연금지급을 일원화할 수 있어 비용절감과 행정적 편의를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여권이나 면허, 의료보험과 같은 분야에도 차츰 적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본래 일본에서는 주민등록번호와는 달리 의료보험이나 운전면허와 같이 분야별로 다른 식별 번호를 각 개인별로 부여해 사용해왔다. 그러나 ‘마이 넘버’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우려와 국가의 개인에 대한 통제범위가 늘어났다는 이유로 새 제도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는다. 생일은 물론, 성별과 출신지까지 포함되는 이 번호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개인 식별을 위해 따라다닌다. 더군다나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자신의 주민등록번호 13자리는 누구나 외우고 다니는 번호가 돼버렸다. 그러나 8백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던 인터넷 쇼핑몰 사건과 미니홈피 운영 회사의 3천5백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던 사건이 발생해 5천만 국민들의 개인정보는 ‘싸그리’ 털렸다. 게다가 점점 늘어나는 개인정보 유출사건은 개인들로 하여금 보이스 피싱과 주민등록번호 도용, 대포 통장 등의 범죄가 발생하기 전까지 자신의 주민등록번호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유출됐는지 전혀 알 방법이 없도록 만들었다.

국가기구의 행정적 편의와 국민 개개인 식별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주민등록번호는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고 실제로 일어났으며, 여론 통제는 물론이고 국가에 의한 국민 통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미네르바 사건 당시, 검찰이 익명으로 활동하던 미네르바를 쉽게 구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포털사이트로부터 제공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홈페이지더라도 언제든 국가가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또한 주민등록번호는 국가가 국민을 통제할 수 있는 대표적 수단 중 하나다. 지금도 논란이 많은 셧다운제는 게임 유저들을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통제한다. 설사 민간 사이트에서 개인정보 수집을 하지 않더라도 주민등록번호 대체를 위해 생긴 I-PIN이나 핸드폰인증마저도 인증 서비스 업체에 개인정보를 미리 입력해 둬야 하기 때문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등장하는 “빅 브라더가 당신을 보고 있다”란 프로파간다는 빅 브라더의 효율적 통제수단 중 하나였다. 이와 유사하게 ‘주민등록번호 13자리’는 과거 간첩 식별에서의 편의를 위해, 행정 및 형사기관의 편의란 명목으로 국가의 국민에 대한 통제를 합리화 시켜왔다. 어쩌면 주민등록번호 13자리를 달달 외우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국가에 의한 개인 통제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편하고 익숙하단 이유로 숫자에 의한 통제를 허락한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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