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자원봉사 No! 상부상조Yes!

지난해 11월 한양대, 건국대, 경희대, 외대, 시립대, 고대, 세종대 등 서울 동부지역 7개 대학가 주민 1,000여명이 대학생 주거비 부담과 대학촌 자취시설의 공실률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취지로 ‘대학촌지역발전협의회’라는 대학촌 공동체를 결성했다. 지난 2월 25일부터 이들은 대학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착한 자취방ㆍ주민 기숙사’ 제도를 최초로 시행했다. 이번 학기에는 회기동과 행당동의 주민들이 주민 기숙사를 시범 운영한다.

주민 기숙사란 주민들이 운영하는 원룸을 2인1실로 개조해, 학생들에게 보증금을 받지 않고 방 형태와 시설에 따라 15만원에서 20만원 선에서 월세를 받는 방식이다. 주민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촌지역발전협의회 김광우 사무총장은 “최근 조사 결과 서울 시내에만 대학 기숙사 대기 수요인원이 1만 2천명 이상으로 집계됐다”며 “대학촌 주민들이 소유한 건물만 전체 1만동이 넘는 것을 고려하면 한 건물당 10인실만 주민 기숙사로 제공해도 20만명이 넘는 학생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학교 기숙사는 공동샤워실, 공동세탁소 등 공동생활을 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주민기숙사는 원래 원룸형태였기 때문에 화장실과 취사시설, 세탁기 등 생활 전반에 필요한 주거시설이 갖춰져 있다. 김 사무총장은 “주민들 이 원룸 개조 비용을 부담했지만 방 하나에 40만원 정도의 월세를 받기 때문에 손해 보는 일은 아니다”며 “주민들은 현재 사회적으로 문제시되고 있는 대학생 주거권과 자취시설 공실률 문제를 함께 분담하고 해결하자는 차원에서 이번 사업을 실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과 주민이 함께 하는 공동체

주민 기숙사 입주 학생 선발기준은 가정형편을 기준으로 △저소득층 자녀 △대학 기숙사 신청 탈락자 △장학금 수혜자 △사회적 기업의 임직원 자녀들에게 우선 선발권이 주어진다. 김 사무총장은 “가정형편이 좋은 학생들마저 주민기숙사에 입주하게 되면 1차적으로 정말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입주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고, 2차적으로 일반적인 자취방을 운영하는 주민들은 입주할 수 있었던 학생을 놓치게 된다.”며 “대학촌 공동체는 주민들뿐만 아니라 대학촌 경제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 모두의 공생을 바란다”고 밝혔다.

주민 기숙사에 선발된 학생들은 기숙사와 마찬가지로 6개월 단위로 계약하고 6개월치 월세를 내야한다. 회기동 주민기숙사에 선발된 한 익명의 학생은 “주거비 걱정 않고 학생들 자신이 원하는 공부만 할 수 있도록 이런 기회가 많이 확대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 사무총장은 주민 기숙사 제도 운영계획에 대해 "앞으로도 주민협조를 받아 기숙사가 필요한 학생들과 연결하는 방법으로 이 제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대학 조주현 교수는 “현재 대학가 내 자취시설은 과다하게 공급돼 지금보다 가격을 더 인하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주민 기숙사는 보증금이 없다는 점에서 임대료를 상당히 낮춘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주민기숙사의 운영방식은 대학촌 자취시설들의 가격 인하에 영향을 미쳐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대학촌 주거문제, 공생이 답이다!

국가에서는 대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기숙사 확대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에서는 대학평가 항목 중 기숙사 보급률 항목의 가산점을 높여 대학들이 더 많은 기숙사를 제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학교 내에 기숙사를 건축할 부지가 없는 경우에는 가까운 대학들끼리 모여 있는 부근에 연합기숙사나 공동기숙사를 짓는 데 지원한다. 한 예로, 지난해 교과부에서는 대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국공유지에 공공기금 132억원을 투입해 5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학생 연합기숙사 완공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현재 대학생 입장만을 고려한 국가 정책은 결국 대학촌 자취시설 공실률 증가를 가속화시킬 뿐”이라며 “대학촌 경제를 위해서라면 대학생과 주민들이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사실상 공공기숙사는 교통비까지 포함하면 2인이 대학가 내 원룸을 사용하는 비용과 비슷하다”며 “이런 식으로 국고를 낭비하지 말고 그 돈으로 학생들의 장학금을 확대하든지 아니면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는 데 요긴하게 쓰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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