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학과들은 4년치 학생회비를 한 번에 받는다. 때문에 새내기들은 적게는 8만원부터 많게는 30만원 정도의 부담되는 학생회비를 낸다. 보통 과학생회에서는 이렇게 거둬들인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영수증과 함께 학과 커뮤니티에 게시하거나 학과 게시판에 붙여 공개하고 있다.

부담되는 금액을 낸 만큼 학우들에게서 학생회의 회비운영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처음 예상과 달리 학우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정치대의 한 학우는 “1학년 때 학생회비를 냈지만 학생회비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신경써본 적 없다”며 무심히 말했다. 또 이찬국(사범대・수교1) 학우는 “학과생활을 위한 돈이므로 왜 학생회비를 내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그저 학생회에서 투명하게 운영한다고 믿어야하지 않겠냐”고 답했다.

한편, 학생회 회비운영에 대해 의문을 품거나 이의를 제기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학우들도 있었다. 경영대의 한 학우는 지난 3월 MT비가 5만원인 것에 대해 불만을 가졌지만 그것을 표출하지 못해 취재를 부탁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제3자가 이의를 제기하는 것보다 각 단과대에 속한 학우의 목소리가 훨씬 큰 영향력을 미친다. 실례로, 모 학부에서는 학부 커뮤니티에 학생회비 영수증을 과방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건의가 올라온 일이 있었다. 이 후 해당 학생회는 다음학기부터 영수증을 포함한 사용내역을 학부 커뮤니티에 게재하고 있다.

학생회비는 학우들의 학과생활을 위해 거두는 회비인 만큼 학우들의 의견이 중요하게 반영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학우들이 낸 돈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학우들의 감시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때문에 학생회는 학우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해 학생회비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려 하지만 정작 학우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법과대학 조한준(법4) 학생회장은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대자보로 만들어 게시판에 부착해도 사실상 학생들은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언제부터 돈 몇 만원, 몇 십만원이 신경쓰지 않는 액수가 된 것일까? 또 누군가에 맡기고 누군가가 처리해주기를 바라는 수동적인 삶에 익숙해진 것일까? 자신의 학과생활을 위해 낸 돈인데도 그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결국 그 돈은 학생회만을 위한 돈이 될 뿐이고 자신의 의견은 묵살된 채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다. 자신이 자신의 권리를 찾아 행사하지 않으면 학생회, 학교본부 등 다른 누군가에 의해 쉽사리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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