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8일 광주민주화항쟁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을 전후해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는 조롱과 풍자글이 여럿 올라왔다. 광주를 북한의 ‘7시 멀티’, ‘홍어’등으로 비하하는 말은 물론 노무현 대통령을 ‘코알라’와 합성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핵대중’으로 표현하는 건 예사다. 전라도를 비하하고 야당 정치인에 친북좌파라는 낙인을 찍는다. 반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여당을 지지하고 스스로 ‘애국보수이자 자유민주주의자’라고 말하고 다닌다.

최근 민주당에서는 이런 일베를 유해사이트로 지정하고 폐쇄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고인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은 물론이고 여성비하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잘못된 역사인식을 심어준다는 이유다. 실제로 일베는 지역감정유발, 강간모의, 폭행 자랑 글이 올라오는 등 대표적인 ‘트롤링’ 사이트이다. 그러나 일베를 폐쇄한다하더라도 유저들은 새로운 일베를 탄생시킬 것이고 계속해서 지금과 같은 행동을 계속할 것이고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완성시킨 것은 표현의 자유다. 다양한 생각의 표현은 수많은 여론의 탄생을 이끌어 낼 수 있고 풍부한 의견교환은 사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할 수 있다. 게다가 지난 역사를 통해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았던 국가의 결말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개인의 기본권 침해는 물론이고 사상의 획일화를 유도하고 심하면 과거 유신시대로의 회귀를 불러 올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일베 폐쇄는 결코 현명한 방책이 아니란 것이다.

다만 일베 이용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잘못 인식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란 표현의 내용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기 보다는 표현 행위 자체에 대한 자유다. 쉽게 말해 말할 수 있는 자유는 있지만 그 말의 내용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 책임이 일베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각이던 일베에 대한 신뢰 저하던, 피해를 받은 사람의 고소장이 됐던 말이다.

일베 폐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김치년’으로 대표되는 성차별, ‘리틀싸이’ 황민우 군을 통한 다문화가정 차별이 대부분이다. 특히, 국민의 알 권리라면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개인의 가치판단을 섞어 배포하는 일베식 재생산과 신상털기는 이미 악명이 자자하다.

일베엔 ‘민주화’란 말이있다. 이는 좌파들이 감정을 앞세우고 거짓 정보를 앞세워 사람들을 선동하고 다수의 여론을 끌어오는 것을 비꼰 말이다. 또 선동당한 사람들을 ‘좀비’라 격하한다. 언제나 ‘팩트’를 앞세우며 자화자찬하는 일베 유저들의 5.18 북한군개입설이나 다문화정책이 실시되면 국가가 망한다는 주장 역시 그들이 그토록 증오하는 선동에 불과하다.

술자리에서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욕했다고 잡혀가는 시대는 지났다. 오늘날의 사회에서 국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조치는 신중해야 한다. 일베엔 법적 규제가 아닌 이용자들의 양심과 자신의 시선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모든 감각마저 악마의 장난으로 의심했던 데카르트의 회의적 인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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