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감독이 제작하고 백승우 감독이 연출한 ‘천안함 프로젝트’가 정말이지 우여곡절 끝에 개봉했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지난 2010년에 터진 천안함 사건을 두고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신상철 전 합동조사단 위원의 의문제기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며 “반론을 제기하면 매장된다는” 소통 없는 현대 한국사회를 짚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허나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천안함 장병 유가족들과 해군이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진통이 많았다. 법원은 표현의 자유를 해칠 우려가 있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지만 결국 ‘메가박스’는 ‘보수단체의 관객 위협이 우려 된다’며 상영을 중단했다.

물론 신상철 전 위원의 의문에 학계에서도 반박이 있어 왔고 제기한 의문 자체가 과학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특히 “소리가 물속에서 전달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손실돼 어뢰의 음향탐지 속도가 느리다"란 내용은 매질과 파장을 배우는 고등학교 물리수준도 떼지 못했단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의 문제제기가 민주 사회에서 그 입조차 막아버릴 정도로 잘못된 것일까.

영화는 소비자의 자율 선택권이 있는 하나의 상품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저들의 문제제기는 민주 사회의 기본인 의견 표출일 뿐이다. 소비자는 영화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그저 보지 않으면 된다. 도리어 영화는 주장을 막아버리는 경직된 한국사회에 대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주장와 이를 반박하는, 정당한 근거가 있는 비판을 통해 이뤄지는 논쟁은 민주주의를 살찌우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5.18 북한침투설도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다. 허나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행위 자체를 막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하기 어렵다.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입을 막는 것은 독재국가들의 특징적인 레토릭이다. 대중의 사상을 통제함으로써 자유로운 생각과 비판, 참여를 막아 생긴 참사는 모두가 알고 있다. 게다가 주장의 근거가 허무맹랑한 것이라면 이미 대중들의 동의를 구하지도 못할 것이고 설사 동조한 사람은 자연히 사회에서 고립되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참에 ‘사상의 자유 시장’을 이야기해 보려한다. 수많은 사상이 상품으로 대중에 공개되고 소비자들은 누구나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한 시장 말이다. 자신의 생각을 편하게 이야기하고 그것에 대한 비판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논리적 풍성함은 진리를 찾는 일에 있어 하나의 촉매가 될 것이다. 물론 기존 ‘시장’과는 다르게 과거에 공개됐지만 단종된 상품이 진리일 수 있단 부작용이 생길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찾아내고 발굴해 내 재평가하는 것은 후대사람들의 몫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부작용의 해결방법, 후대사람들이 과거의 상품을 재발견 할 수 있게 만드는 행위 자체도 모두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로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사상의 자유시장이 보존돼야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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