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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김혜민 기자, 홍무영 기자 | 승인 2014.06.24 11:00

 교양교육, 대체 왜 하는 것일까? 교양교육을 가벼운 것 혹은 잡다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전공과목은 중요한 것이고, 교양과목은 정해진 학점을 채우기 위해 수강하는 것이라는 인식도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 시험기간이면 ‘내일 교양이라 좀 괜찮아’라는 말을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이번 사회부 기획에서는 주입식 교육의 흐름 속에서 천편일률적인 사고의 틀을 깨 줄 수 있는 교양교육의 목적을 조명한
다.

 

너무나 가벼운


2012년 등록금 인하로 인해 수업을 축소시키며 가장 먼저 축소대상이 된 것은 ‘교양과목’이었다. 교양과목에 대한 학교의 입장을 단편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에서도 지난해 교양체육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학내 구성원을 비롯한 이들로부터 ‘서울대의 역주행’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교양교육에 대한 학교의 홀대는 교양과목을 강의하는 교원이 근무환경이 불안정한 시간 강사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교양과목을 등한시하는 것은 학교뿐만이 아니다. 일반 학우들에겐 ‘교양’은 단순 상식 혹은 부담없이 듣는 과목, 학점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어떤 교양이 재미있을까’, ‘평균을 올릴만한 교양은 무엇일까’ 부담 없는 교양을 찾기 위한 따짐이 있을 뿐 진정한 배움에 대한 고민은 없다.

우리대학 커뮤니티 ‘쿵’에 마련된 ‘강의정보’에 들어가면 학점획득 난이도, 과제, 시험, 출석체크 빈도에 대한 정보가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추천 대상 입력란에는 ‘서술형에 강한 분’, 출석란에는 ‘출석 체크 꼼꼼히 하세요’, 총평에는 ‘자료만 잘 보면 점수 얻기 쉬워요’ 등의 성적 관련 정보만을 아주 유용하다는 듯 제시한다.

이렇듯 가치관과 제도, 모든 면에서 교양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무거워야 할


교양교육(liberal education)≠교양교육(敎養敎育)

정말 ‘교양교육’은 알아두면 좋은 것, 전공의 그늘에 드리워진 사족과 같은 것일까?

손동현(성균관대 철학과 교수)한국교양기초교육원 원장은 “하버드, 예일 등 미국의 대학은 학부과정에서 역사, 철학, 과학 등의 기초학문분야만을 공부한다”며 “여러 학문을 두루 공부하고 난 후 관심있는 분야에 집중해 전문 대학원에 진학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버드대학은 지난 2007년 하버드 교육의 목적을 ‘liberal education(교양교육)의 실시’로 선언한 바 있다. 하버드 대학은 보고서에서 “리버럴 에듀케이션(교양교육)의 목표는 추정된 사실들은 동요시키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며 현상들 밑에, 그리고 그 배후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폭로하고, 젊은이들의 방향 감각을 혼란시켜 그들이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길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리버럴 에듀케이션을 명시했다.

도정일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은 “교양교육은 틀을 깨고 나가는 교육, 질문하고 생각하는 교육”이라며 “교양교육의 목표는 단순히 ‘리더’나 ‘창조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함이 결코 아니다” 라고 현재 대학교육의 교양교육의 목표가 옳지 않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어 “교양교육이란 기존의 진리체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비판하며 틀에 갇히기를 거부하게 하는 교육”이라며 “한편 거리낌 없이 모든 것을 긍정하는 능력을 기르게 한다”고 덧붙였다. ‘공부하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손 원장은 “우리는 교양교육을 통해 지적 저력을 기를 수 있다”며 “교양은 인간 지식의 영양원이 되어 평생을 함께 할 본질의 능력이다”라고 말한다.

대학교양교육, 혁명이 필요하다

현재 기초교양학문은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외면 받고 있다. 현재 직업적 전망이 어두운 기초 교양 학문은 소홀히 여겨지며 위축된 상태다. 취업과 다소 먼 철학과, 비주류 외국어과 등의 통합, 폐지 논란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손동현 원장은 “대학에서는 교양과목을 깊게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학점 받기 쉬운 과목으로 개설한다”고 지적했다. 배우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는 교육으로 방치한다는 것이다. 또 “교수에게 교양과목은 연구하지 않고 가르쳐도 충분한 과목이다” 라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지만 정책적으로 연구 지원이 부족하다는 현실 또한 꼬집했다. 교수는 논문과 연구실적으로만 평가받고 있을 뿐 교육 방법 자체에 대한 연구를 독려하는 환경은 조성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손 원장은 “그럼에도 학생을 비롯한 교수, 대학, 일반인들에게도 당장의 벌이와 취직이 중요하다는 통념이 깊이 박혀 있기 때문에 교양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우리의 대학 교육은 활용 가능한 기술과 지식을 빠른 시간 안에 습득하고 연마하는 데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은 전공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고 이는 대학이 직업인을 배출하는 공장수준에 지나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 또 그는 “국내 대학은 학부시절부터 전공을 고정시켜 전공 외에는 문외한 절름발이 지식을 쌓도록 만든다” 며 우리 대학사회 전체의 문제점을 덧붙였다.

우리는 왜 교양교육을 오해했나

그렇다면 현 교육체제가 어떤 이유로 기성의 진리체계를 주입하는 정도의 형태로 정착되었는가. 이에 대해 손동현 원장은 “과거 산업화시대에는 교육을 통해 훌륭한 인간을 배출하는 것보다 직업인을 양성하기 바빴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이병민 교양교육센터장(문과대·문콘)은 “취업률, 사회환경, 실용주의가 작용되는 국제정세 등이 교양교육의 홀대를 조장했다” 고 말했다. 그런 교육풍토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진정한
교양교육을 위해


우리대학 교양교육의 현재

우리대학에는 교양교육에 대한 전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교양교육센터가 있다. 이병민 교양교육센터장은 “대학에서 생각하는 교양교육과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이 다른 점이 있다”며 “교육은 수요자 중심으로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씩 생각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양교육센터는 △창의성 △전문성 △국제화를 교육의 큰 목표로 두고 있다. 이병민 센터장은 “싫든 좋든 취업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성 또한 목표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제화 영역에 대해서는 “외국어 능력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문화를 함께 배우는 것”이라 설명했다.

다른 대학은

한편 교양교육의 ‘좋은 예’로 불리는 경희대는 지난 2011년 교양교육 프로그램을 총괄적으로 운영하는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신설했다.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목적의 ‘중핵과목’ △글쓰기와 시민교육을 실시하는 ‘기초교과’ △학제적 교육을 목표로 하는 ‘배분이수과목’ △예체능 교육 중심의 ‘자유이수과목’ 등 네가지 교육과정의 기본 구조를 갖고 있다. 또 자체적인 교재 개발도 활발히 해 현재 중핵과목과 기초교과 분야의 수업에서는 자체 교재를 사용케 하고 있다.

서울배움터에 24명, 국제배움터에 25명의 전임교원이 속해 있고 산하에 교양교육연구소를 따로 두었다. 교양교육연구소에서는 교양교육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와 기획을 진행해 교양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도록 하고 있다.

도정일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교양교육에는 큰 목표가 없다”며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설립한 이유는 대학의 교양교육을 혁신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경희대 김윤서(외국어대·영미어문3) 학우는 “‘사랑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등 철학적인 주제가 어렵고 시험공부하기도 힘들지만 공부하기가 싫지는 않다”며 “수업을 들으면서 ‘이런 것이 진정한 대학교육’이란 생각을 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제도 뿐 아니라 인식 변화도 필요해

도정일 학장은 “위, 아래가 뒤바뀐 가치 질서를 바로잡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이 중요하다”며 “특히 ‘가치교육’이 중요한데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가치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올바른 가치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끝없이 물음을 던지는 인문학 교육, 그리고 교양교육이 필요한데 그에 대한 교육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도 학장은 이어 “이번 세월호 참사 또한 안전과 사람보다는 돈에 대한 가치를 더 중요시해 일어났다”며 “이런 전도된 가치 질서를 바로잡는데 미래의 주역인 청년층이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당국과 교수사회 또한 자성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손동현 원장은 “대학사회가 멀리 봐야 하는데 점점 하향평준화 되고 있다”며 “교육의 흐름을 바꾸는 것은 어느 한 대학의 힘으로는 할 수 없기 때문에 범대학 차원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당장의 순위 다툼, 평가 다툼 등에 치여 근시안적인 경쟁을 하고 있는 대학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손 원장은 “무엇을 가르쳐야 학생들이 깊은 사고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교수들이 학술연구 뿐만 아니라 교육을 위한 연구에도 힘을 써야 한다고 의견을 표했다.

이병민 센터장은 “교양교육센터에서 실시했던 ‘100분 100강’ 같은 경우 명사 강연이 많았지만 학생들의 참여가 높지 않아 중단됐다”며 “자신에게 필요한 스펙이 아니거나 전공과 무관하다고 생각할 경우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쉬워했다. 한편 송희영 총장은 “‘교양’교육이라는 단어자체에 대한 느낌도 교양교육을 저평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며 ‘교양’을 대체할 수 있는 단어를 찾는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김혜민 기자, 홍무영 기자  kimhm333@konkuk.ac.kr / hmy3120@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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