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추워지고 나뭇잎도 붉어지는 것을 보면 어느새 가을이 찾아왔나 봅니다. 이번 호에는 가을을 맞아 최승호(정통대•인터넷미디어공학부1) 학우가 고교 시절 친구들과의 잊지 못할 가을산행 추억에 대한 사연을 보내 주셨는데요. 최 학우의 고등학교 1학년 시절, 그해 가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같이 들어볼까요?


나는 고등학교 때 아주 힘든 학교생활을 보냈다. 나름 강남 8학군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며 치열하게 학우들과 경쟁했다. 물론 놀 때는 재미있게 놀았지만, 학교 끝나면 학원이라는 반복적인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 일상이 익숙해질 무렵 고등학교 1학년 가을쯤에 담임선생님께서 같이 산에 1박 2일로 올라갈 학생들을 모으신다고 하셨다. 난 중간고사가 끝난 직후, 지친 마음을 풀어줄 겸 친구들이랑 같이 가기로 했다. 담임선생님의 산행제안은 학원을 빠지는 핑계로 이용할 수 있어 나름대로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산에 올라가는 날이 되었다. 등산하면서 친구들과 재미있는 얘기를 나누고 주위에 단풍이 물든 잎을 구경하면서 기분 좋게 마음이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께선 우리가 1박 2일 안에 산의 정상을 찍고 내려와야 해서 중간 중간 쉴 틈이 없다는, 왠지 모를 불길한 얘기를 해주셨다. 결국, 우리는 아침부터 산에 오르기 시작해 주변경치를 감상할 틈도 없이 쉬지 않고 올라갔다. 아침부터 점심시간까지 우리가 쉰 시간은 단 10분. 아직 하루일정의 반도 소화하지 않았는데 벌써 우리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 당시 우리 담임선생님은 소위 ‘똘끼’가 충만하신 선생님이셨다.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쓰여 있는데도 굳이 그 길을 고집하셨다. 산을 많이 올라가 보신 담임선생님이시니, 우리는 담임선생님을 믿고 그 길로 향했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우리 앞에 충격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그것은 바로 ‘벼랑길’. ‘설마 우리가 이 길을 걸어야 하나…?’라고 생각할 찰나에 선생님께서 벼랑길을 걷고 계셨다. 우리도 울며 겨자 먹기로 그 길을 걸었다. 지금도 그 벼랑길을 생각하면 다리가 떨린다. 하루 일정을 다 소화하고 산장에 도착하자마자 모두 다 침대에 뻗었다. 다들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 밤늦게까지 얘기할 기운도 없었다.

그렇게 꿀맛 같은 잠을 자고 일어나 다 같이 산의 정상을 찍었다. 우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단풍과 은행을 봤다. 그 뒤에 수능이 끝나고 다시 만날 때도 같이 등산한 얘기는 절대 빠지지 않았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중간고사가 끝나고 소중한 사람들과 멀리 여행을 떠나길 추천한다. 만약 그 길이 험난해도 말이다.


벼랑길을 걸었다니 생각만 해도 정말 아찔해요! 하지만 그만큼 힘든 경험이었으니 지금 더 기억에 남는 게 아닌가 싶어요. 최 학우님이 마지막에 전해주신 것처럼, 힘든 경험으로 끝나게 될 것 같은 일일지라도 뭐든 경험해보려는 태도는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저렇게 좋은 추억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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