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5월은 유난히도 덥다. 그렇게도 비가 내리더니 금새 여름이 들이닥친 듯 하다. 그렇게 여름이 되자 또 줄장미들은 피어났다. 그러니까 작년 이맘때, 수많은 바람과 먼지들 사이로 어색한 포즈를 휘날리며 졸업사진을 찍던 무렵. 6년여 동안 쉽사리 눈에 들지 않았던 줄장미들이 나를 끌어들였다. 항상 거기 그대로 있어 왔던 것들에게 괜스레 뒤통수를 한 대 맞고 화들짝 놀라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나는 사실 장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 요염한 자태가 그렇고 좋다못해 너무 진한 향기도 내 고개를 돌려버리게 만든다. 수많은 날들을 기억시키기 위하여 여기저기 잘려나가고 휑덩그레 머리만 남아 웃고 있는 모습도 그다지 보기 좋진 않다. 하지만 이상하게 줄장미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줄장미들을 보기 위해서는 조금의 노동만이 필요하다. 판매용 장미처럼 특별한 날이거나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단지 줄장미들이 피어난 담장길들 주변을 조금은 천천히 걷기만 하면 된다. 물론 가로등이 켜 있고 차들이 적다면 더 좋겠다. 혹 술이라도 한잔 걸치고라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주의할 것! 너무 가까이는 다가가지 말길... 모든 것에 그렇듯 어느 정도 거리는 두는 것이 좋다.

우리 학교 주변에는 역시 어린이 대공원 담장길이 가장 적절하다. 가끔은 어린이 대공원 역에서 군자역까지 걷곤 하는데 이맘 때엔 항상 줄장미 때문이다. 민중병원에서 건대역쪽으로의 길도 있었는데 몇 일전 그 길로 가 봤더니 공사를 위해 줄장미들을 다 파헤쳐 놓아 빈 가지와 잎들만이 철조망에 걸쳐있었다. 아! 또 하나 우리 학교의 매력이 사라지는구나.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학교 안에도 줄장미는 아니지만 장미가 모여있는 곳이 있다. 상경대 앞쪽에는 체면불구하고 거의 일년 내내 피어있는 장미들이 있다. 누군가 내게 그들이 ‘미친 장미’라고 불린다며 알려준 적이 있다. 나는 ‘사철장미야’라며 근거없는 지식으로 떠넘겨 버렸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미친 장미’라는 말이 퍽은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5월에 피어 서리가 하얗게 내려도 쉽사리 지지않는 장미의 모습에 더 적절한 이름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같이 사진이라도 찍는다면 또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요즘 한참 졸업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이는데 꼭 추천하고 싶은 사진촬영 장소이다. 이영민 교육대학원·국어교육1학기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