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방학 중 문과대에서 한 새내기 장애 학우를 만나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캠퍼스에 미리 와봤다는 이 학우는 장애학우로서 학교에 필요한 것은 편의를 보장하는 제도나 정책보다 먼저 '차별, 편견 없는 시선' 이라고 했다.
 지난 학기 한 교양수업에서 강사가 몸이 불편한 학우에게 "팀플이 많으니 수업을 안 듣는게 어떻겠느냐"며 많은 학생들 앞에서 수업철회를 권유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해당 학우는 ‘현대정치의 이해’ 라는 정치대 지정교양 수업에서 조장을 맡아 훌륭하게 팀을 이끌었다. 강사는 장애학우에 대한 선입견을 가졌기에 개인의 열의와 역량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장애학우에 대해 취재하며 장애학생지원센터 교직원과 총학생회 복지국장을 만나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꽤나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장애학생지원센터 직원은 “장애학우 정책이 우수한 다른 학교들이 독립된 장애학우지원기관을 가진 것과 달리 우리대학에서는 한 기관에서 장학, 사회봉사 등 너무 많은 일을 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또 총학 복지국장은 장애학우를 위해 편의시설을 구비해야 한다는 말에 “많이 사용하면 몰라도 장애학우 한 사람을 위해 몇 백 만원씩 하는 기기를 사는 것은...” 라며 말을 흐렸다. 그는 “장애학우에게 우리대학 시설이 열악한데 괜찮겠냐고 물었더니 ‘감안하고 다니겠다’는 답을 들었다”며 굳이 편의시설을 구비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입장을 정당화하는 듯했다. 이 같은 상황은 우리 학교가 장애학우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대하는지 잘 드러낸다.
 우리대학은 자랑스러운 랭킹을 많이 가지고 있다. 지난해 중앙일보에서 시행하는 대학평가에서 종합 13위를 차지했고, 대학닷컴 고등학생 선호대학 4위 등에 선정됐다. 또 우리대학은 무수한 반대를 무릅쓰고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학사제도를 개혁할 정도로 학교의 위신을 세우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이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하고 학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이런 자랑스러운 지표는 어떤 의미도 없다.
 지난해 건대신문 대학기획 ‘장애가 장애 되지 않는 배움터로’에서는 장애학우 문제를 다루었다. 그러한 배움터는 우리가 추구하는 소위 ‘좋은 대학’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이것은 장애학우들을 위한 제도와 정책을 비용이 들고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세심한 배려’라고 생각하는 자세에서 시작된다.
 새내기 장애학우와 헤어질 때 "불편한 점이나 힘든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했다. 그 학우는 "후배들도 들어와야 하니 문제가 있으면 교수님이나 학교와 이야기해 원만히 잘 해결하겠다"며 웃었다. 부디 선배 이채은이 아닌, 건대신문 기자 이채은에겐 연락이 오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의 귀여운 새내기는 상처받는 일 없이, 우리가 그랬듯 마냥 철없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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