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원옥 할머니가 직접 쓴 문구 '나를 잊으셨나요?'가 필체 그대로 서울도서관 외벽에 걸려있다.

지난 달,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이 시청률 20%의 고지를 넘기며 종영했다. 이 드라마는 알츠 하이머 판정을 받은 아버지 서재혁이 ‘신촌 여대생 살인 사건’의 가해자로 누명을 쓰면서 이야기가 시 작된다. 하지만 진실은 따로 있었다. 바로 재벌 2세 남규만 사장이다. 돈과 권력을 모두 갖고 있는 그 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서재혁을 살인자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에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서재혁 의 아들 서진우는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그리 고 확신하고 있는 ‘진실’ 하나를 위해 그는 자신의 인생을 그 ‘진실’에 바치는 것이다. 결국 진실은 승 리했고 끈질긴 사투 끝에 서재혁은 무죄 판결을 받게 된다.

이처럼 우리에게도 꼭 기억해야 할, 지켜내야 할 진실이 하나 있다. 바로 위안부 할머니들이다. 지난 달 20일 위안부 피해자 김경순 할머니께서 별세하 셨다는 소식이 뉴스를 통해 보도됐다. 이제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남은 생존자는 44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렇게 역사의 산 증인이신 피해자 할머니들 이 모두 돌아가신다면, ‘알츠하이머’에 걸린 것처 럼 그들을 그리고 진실을 잊을까 두렵다. 올해부터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배울 국정 사회교과서에 는 위안부 사진과 용어가 삭제된다고 한다. 실험본 교과서에는 있었던 ‘위안부’와 ‘성 노예’라는 표현 이 삭제되고, 구체적이지 않은 서술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정부는 이미 알츠하이머에 걸려버 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아버지의 진실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했던 서진우처럼, 지금 이 순간에는 위안부 할머니들 의 진실을 기억하기 위한 행동은 계속되고 있다. 영 화 <귀향>은 시민들의 후원과 재능기부 등을 통해 13년 만에 개봉되기도 했다. 7만 5,000여명의 후원 인들이 12억여원이라는 성금을 모아 만들어졌다. 무관심 속에 뼈아픈 역사가 잊혀질까 직접 나서 홍 보 현수막을 제작하고 관람을 독려하는 시민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소녀상 지킴이’ 대학생들은 소녀상 옆에 자리를 펴서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 안을 발표한 지 이틀 뒤인 지난해 12월 30일부터 계속되고 있다.

모든 것이 쉽게 잊히는 세상 속에서 위안부를 기억한다는 것은 단지 기억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하고 진실을 지켜내겠다는 약속인 것이다. 길원옥 할머니의 필체로 서 울도서관에 걸린 '나를 잊으셨나요' 문구가 눈 앞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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