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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 #5 패션디자인 인턴"잔인하지만 알려줄게"
건대신문사 | 승인 2016.03.21 17:32

예디대 의상디자인학과 11학번 “패셔니스타”님 제보

인턴의 시작

 우리 학과는 인턴을 체험해보는 전공 수업이 있다. 2년 전쯤인가 패기 넘치던 시절, 대기업은 왠지 꺼려졌고 개인 디자인실이나 작지만이름 있는 중소기업에서만 인턴을 했었다. 3주간의 인턴 실습 과정이었는데 사실 그때도 내가 했던 일은 자료조사, 동대문에서 스와치 및원단 찾기 등 자잘한 업무들이었다. 이때에는 실무에 대한 배움과 기억보다는 사람에게서 얻은 기억이 많았다.
 졸업을 앞두고 1학기 남은 시점에 교수님의 추천으로 이랜드 인턴을 제의받았다. 마지막 학기를 학교에서 보낼 수 없다는 아쉬움과 졸업 전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기를 날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들로 고민했으나 아직 취업에 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나에게는 꽤나 중요한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첫 날, 총 30명 정도 되는 학생들이 오리엔테이션장에 모였다. 회사 측에서는 이런 학기 중 인턴 제도가 우리가 처음이라 하였고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그들 중 24살이었던 내 나이가 가장 많은 나이었다. 대학생 시절엔 즐기며 놀아야 한다는 마인드가 있었던 내게 나보다 한 두살 어린 친구들이 보여준 초롱초롱한 눈은 나를 꽤나 정신차리게 했다.

대기업 인턴은 복사만 하다가온다?

 내가 배정받은 브랜드는 중국 수출만 하는 속옷 브랜드였다. 랜덤배정이라 어쩔 수 없었으나 처음 배정표를 보고서 맙소사를 외쳤다. 검색해도 자료도 잘 없는 중국브랜드인데다가 속옷이라니. 구매에는꽤나 관심이 있었지만 그때 뿐 디자인에 관한 지식은 제로. 그로인해 너무나도 긴장되는 첫 출근이었고 그렇게 맞이한 대기업의 로비는 더욱 나를 압도하는 것만 같았다.
 로비에서 대리님의 손에 이끌려 디자인실에 도착. 팀원 분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함께 패턴실, 샘플실을 돌며 실장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다녔는데, 사실 너무 정신이 없었던 터라 위치나 성함들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고서 디자인실로 돌아오자마자 샘플실에 원단을 갖다드려야 했는데 샘플실을 찾아 헤매느라 고생을 했었다. 대기업은 처음이라 층도 많고 미로같다며 식은 땀을 꽤나 흘렸다.
 긴장 투성이였던 첫 날과 달리 나의 4개월은 좋은 기억이었다. 나의 주된 업무는 -일러스트로 간단한 수정 작업, 작업지시서 작성, 패턴과 샘플, 염색 업체에 맡기기, 스와치 찾기,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복사-였다.
 사실 소문과는 달리 복사는 아주 가끔이었고 일러스트 작업 같은 경우엔 회사에 일러스트 디자이너가 따로 있기 때문에 재의뢰하기 애매한 색상이나 구성 수정만 했는데 휴학 때 따놓은 포토샵과 일러스트 자격증이 꽤 도움이 되었다. 워낙 간단한 작업이고 물어보면 알려주시기 때문에 자격증이 없다고 떨 필요는 없지만 일손이 빠르다는 칭찬을 듣고 싶다면 따는 것도 추천한다.
 작업지시서 같은 경우에는 더욱 더 신중하게 해야했던 것이 이랜드 같은 경우는 샘플까지만 한국에서 만들고 패턴과 샘플을 중국에 보내 실 제작은 중국 공장에서 이루어진다. 자칫 잘못 적으면 택배로 피드백이 이루어지기는 과정이기에 아무래도 오래걸리다 보니 조심스러웠다. 직접 만나 얘기하고 빠르게 수정하는 것보단 효율성도 떨어지고 아주 가끔 사고가 터지긴 하지만 고가를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다 보니 가격효율성에서 본다면 합리적이었다.
 패턴이나 샘플,염색 업체에 물건을 맡기는 것은 회사 내에서 움직이거나 퀵 보내는 게 전부여서 몸은 힘들지 않았다. 회사 외부에 샘플실과 패턴실을 두는 개인 브랜드들은 버스를 타고 심부름다녔던 거에 비하면 행복한 심부름이었다.
 컬러 샘플을 주시면 동일한 컬러의 스와치 찾는 일을 많이 하였는데 먼지가 날린다는 단점만 빼면 시간도 빨리 가고 흥미로운 작업이어서 가장 좋아했다.
 이 외엔 가끔 샘플 제품을 사러 시장에 나간다거나 동대문에 가서 필요한 스와치들을 수거해오기도 했는데, 잦지 않은 외부 외출이라 바람쐴 겸 속으로 기다리기도 했던 업무이다.
 4개월 중 한달 정도는 품평회 준비로 의자에 앉을 새도 없을 정도로 바쁘기도 했으나 인턴기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은 뜻밖에 실무에 대한 배움들도 컸지만 무엇보다 같이 일한 실장님, 대리님들께서 배풀어주신 친절 덕분인 것 같다. 어딜 가나 사람이 중요하지 않던가. 마지막 날, 작별인사를 하며 눈물을 그렁거린 건 민망하긴 하지만 그만큼 4개월의 정은 생각보다 돈독했고 따스한 사람들을 만난 게 운이었다.

대기업? or 개인 디자이너 브랜드?

 학교 다닐 때는 사실 대기업에 입사한 선배들을 보면서 현실과 타협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취업준비 중인 나 역시도 대기업들에 눈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같은 고생(너무나도 밤낮없는 고생)을 하는데 그에 맞는 복지와 보상을 받는게 합리적이지 않은가?라는 타협을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무작정 그런 이유만으로 대기업을 원한다면 옳지 않다고 본다.
 둘의 성격은 너무 다르다. 창의력은 디자이너로써 기본적인 요소이지만 그것을 펼쳐낼 때 -대중성을 기반한 상업성을 띄는가, 혹은 대중성은 떨어질지라도 매력적인 요소와 함께 패셔니스타(소위 쉽게 말하면)들을 현혹시킬 수 있는가-두 가지가 큰 차이를 불러내는 것 같다.
 당연히 전자는 대기업에 걸맞고 후자는 개인 브랜드에 맞는다. 사실 그런 것들은 학교에서 수업들으면서 보아도 내가 어떤게 맞는지 옆의 친구들은 어떤게 맞는지 눈치챘을 것이다. 끊임없이 디자인을 쏟아내야하고 그에 따른 성과도 적나라하게 나오기 때문에 맞지 않는 길을 갔다가는 꽤나 고생을 할 것이다. 자신이 뭐에맞는지 고민이거나 여러 길로 갈팡질팡한다면 인터넷을 뒤지던, 정 안되면 교수님께 부탁을 해서라도 몸소 경험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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