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병신년(丙申年)의 해가 밝은 지도 어느덧 80일이 지났다. 올해 는 우리대학이 개교 70주년을 맞는 기념비적인 해다. 연명(年名)에 특별한 의미를 두긴 어렵지만, 병신년이라는 이름이 주는 어감의 불쾌감은 분명하다. 마치 올해 칠순을 맞는 우리 대학을 지탄하는 듯하다 . 곳곳에 ‘PRIDE KU70’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칠순잔치를 준비 하고 있지만, 자긍심을 느끼긴 커녕 부끄러움에 얼굴 들 수 없다. 갖은 논란으로 바람 잘 날 없기 때문이다.

 대학의 어른인 이사장은 학교재산의 횡령과 배임 혐의로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이사장 직위회복의 부당성을 알리고자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준비 중 이고, 부 총장은 “학교재정안정화”를 외치며 취업만을 위한 학사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 한 교수는 임용문제를 두고 음독까지 자행했다.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은 신입생을 맞이하는 새터에서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게임을 기획해 지탄을 받고 있고, 학생들의 대표인 총학생회 역시 학생대표자 수련회(LT)에서 성적게임을 준비해 진행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통탄할 일이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대학의 역사와 성과에 가슴이 뜨거워야할 지금 우리는 낯이 뜨겁다. 하지만 ‘PRIDE KU 70’을 더욱 낯 뜨겁게 만드는 것은 일련의 사건들에 대처하는 우리대학의 자세다. 대학본부는 “학교재정 안정화”를 위해 소송을 준비한다는 범건국인 비상대책위원회를 ‘해교(害校)집단’으로 간주하며 ‘보복성 징계’로 대응했다. 또 대학본부는 신입생 새터에서 해당 사건이 벌어졌으니 “모든 학생자치 행사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대해 혹자는 세월호 참사에 ‘해경폐지’를 거론하며 “한국식 대처법”이라 비판했다. 본질에 대한 고민의 흔적 없이, 단지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위해 표면에만 그친 방안을 꼬집은 것이다. 사실이다. 성을 유린하는 대학생들의 삐뚤어진 술 문화가 문제지, 학생이 자체적으로 준비하는 행사가 무슨 죄인가. 이처럼 본질을 회피하려는 대처는 학생 대표자들의 머릿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현재 그들은 LT논란에 침묵을 일관하며 잠잠해지길 기다리고 있다.

 공자는 70세를 두고 종심(從心)이라 표현했다. 이제 우리대학은 마음이 원하는 것을 해도 도를 넘어서거나 어긋나지 않을 때가 된 것이다. 아이러니다. 어느 때보다 많은 구설수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에 종심의 의미는 무엇인가. 진 정 명예(PRIDE)로운 대학을 위해 진심으로 적는다. 도에 어긋나지 않는, 본질을 투영한 대처로 명예로운 개교 70주년 한해를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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