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입구역에서 한 정거장. 그곳에 위치한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 수리 작업을 하던 19살의 꽃다운 청년 김 군이 진입하는 열차에 치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안전을 위해 설치된 스크린도어가 청춘의 꿈을 앗아간,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호선을 관리하는 서울메트로 측은 사고 직후 브리핑을 갖고 김 군이 2인1조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김 군의 어머니는 “시킨 것은 자기들인데 규정을 어긴 것은 우리 아이라니요”라며 서울메트로의 책임회피를 비난했다. 또 그는 “왜 책임감을 쓸데없이, 왜 그렇게 지시에 고분고분하라고 말했는지”라고 책임감 있게 키운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고분고분’이란 말에서 세월호 사건이 떠오르기도 하다. 어찌됐든 여론의 뭇매를 맞은 서울메트로는 결국 사고가 난지 3일 만에 “김 군의 잘못은 0.1%도 없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번 구의역 사고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 할 수 있다. 2013년엔 성수역에서, 2015년엔 강남역에서, 그리고 이번 구의역에서 발생한 스크린도어 사고는 판박이처럼 닮아 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내놓은 서울메트로 측의 대책 또한 비슷했다. 성수역 사고 당시 “스크린도어 수리는 2인1조로 진행 하겠다”고 대책을 내놓았다. 또한 “운행 시간에 부득이하게 작업을 해야 한다면 서울메트로에 보고해 운행을 멈춘 후 작업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남역 사고 당시에도 “스크린도어 수리는 2인1조로 진행하고 작업표지판을 부착 하겠다”고 발표했다. “종합관제소 시스템 개선을 통해 스크린도어를 모니터링 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어느 것도 지켜진 것은 없었다. 말 뿐인 약속이었다. 결국 소 잃고 외양간조차 고치지 않은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사고의 원인을 유지 및 보수에 대한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기는 잘못된 외주화 관행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관행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었다. 다름 아닌 약 3천명의 학우들이 거주 중인 쿨하우스다. 경비 작업 부분은 비용절감이란 명목하에 하청업체의 또 다른 하청업체에 떠맡기도 있었고 근로계약서 내용은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았다. 과중된 업무에 대한 추가수당은 일부만 지급이 됐고, 근무여건 또한 타 대학과 비교했을 때 최악이었다.

이제라도 고치자. 잘못된 것은 모두 바꾸자. 박완서 작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랴?'는 나쁜 속담이라 말했다. 소를 잃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소가 아니라, 사람이기에. 물론 우린 소를 잃고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그것과 더불어 우리가 분명 깨달아야 할 것은 소를 잃은 바로 그 외양간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넓게 바라보자. 세상에는 아직 고쳐야할 외양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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