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문화부 기자

지난 7월, 실시간 검색어 순위 창에는 토트넘 골키퍼인 요리스의 이름이 등장했다. ‘휴고 요리스’와 ‘요리스’라는 검색어가 서로 1, 2위를 다투었고 ‘손흥민 요리스’가 뒤를 이었다. 다름 아닌 이유는 두 선수의 경기 중 언쟁 때문이었다. 손흥민이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요리스가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그날 네이버스포츠의 메인에는 ‘‘요리스, SON 인종차별 아냐? 케인이었다면 글쎄...’ 中팬들도 발끈’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요리스가 손흥민에게 소리 지른 것을 두고 ‘인종차별’을 의심하는 기사였다.

기사를 접한 한국 축구팬들은 순식간에 요리스를 ‘인종차별자’로 몰았다. 그들은 ‘손흥민에게 잘못이 없다’라는 이유로 열을 냈고 요리스의 인스타 계정을 찾아가 욕설을 퍼부었다. 일명 ‘인스타그램 테러’의 현장이었다. 두 선수가 직접 인터뷰에서 ‘사소한 다툼이었다’라고 해명했으나 이미 커뮤니티 상으로 루머가 널리 퍼진 상태였다. 이후 3개월의 시간이 흘렀으나 그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여전히 욕설이 난무하다. ‘Do you hate Son?’과 같은 댓글이 한국인에 의해 달린다. 소통의 부재로 인한 단순 다툼이었지만 주인공이 ‘손흥민’이었기 때문에 사건이 커지고 말았다.

이처럼 한국 선수들이 엮인 다툼에 대해 한국 팬들은 과대해석하는 경향이 높다. 우리나라 선수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것에 익숙한 팬들은 상황을 ‘오해’해 섣불리 판단하곤 한다. 비단 요리스와 손흥민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4년 전, 손흥민과 다툰 라멜라는 ‘불화’라는 프레임 속에 살아가고 있다. 국내 선수 중심적인 사고와 그들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약일까, 독일까. 섣불리 판단하고 오해하기 전에 한 번쯤은 상황을 되돌아보고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비단 스포츠계의 문제만이 아니다. 연예계에서도 ‘해체’라는 단어는 줄곧 ‘불화설’과 연결되고 연예인들은 루머마다 해명하기 바쁜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조선시대 이덕무의 “말 한마디에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라는 말은 여전히 회자되는 말이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익명제도가 생겨남에 따라 말 한마디의 파급력이 더욱 커졌다. 오해하기 쉬운 상황이더라도 확실한 근거 없이는 섣불리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흔히 ‘중립기어’라고 말한다. 모든 상황이 종결되고 결론이 났을 때 악셀을 밟아도 늦지 않았다. 미리 악셀을 밟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 중세시대처럼 온라인 ‘마녀사냥’을 하는 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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