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작 중 인상깊게 읽은 작품은 <캔유스픽>, <구름을 동경하는 당신께> 였다.

<캔유스픽>은 납품용 김밥을 만드는 생산 공장 내 직원들의 이야기로, 그 안의 정치적 관계와 경쟁자의 내밀한 감정들을 다루고 있다. 일명 대졸자인 신입 지연을 향한 옥혜의 불안하고 못미더운 심정이 잘 드러나 있어 작품의 긴장감을 더해준다. 다만 지연과 옥혜의 대결 구도가 영어 능력과 대학 졸업장 같은 구시대적인 스펙으로 좁혀지는 것이 아쉬웠다. ‘새파랗게 어리다고 표현되는 지연의 능수능란함, 그리고 그에 대비되는 옥혜의 야생적 생명력이 좀 더 드러났다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구름을 동경하는 당신께>는 얼핏 봐서 별다른 사건이 없는 이야기다. 친밀했던 한 선배의 죽음, 그리고 그 선배와의 일화를 나열하는 애도의 서사가 전부다. 그런데 그 일화들의 사소함과 친밀함을 직조해내는 능력이 여간 아니다. 가령 이들이 함께 술을 마시는 장면, 국수를 먹는 장면, 그리고 겨울의 추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들은 별것 아닌데도 가슴에 오래 남는다. 이처럼 개인적이고 세밀한 감각을 통해 우리는 공동의 감성을 형성하고, 친구가 된다. 타인이 특별한 의미를 지닌 누군가로 한 사람의 마음에 새겨지는 과정을 요란하지 않게, 그러나 정직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동경이란 닿을 수 없는 구름처럼 아득하고 쓸쓸한 감정임을 시사하는 주제도 적절하다. 잘 쓰여진 소설은 우리로 하여금 굳어진 감성을 일깨우고,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새롭게 환기시킨다. 당선을 축하드리며 아쉽게 낙선한 분들에게도 위로와 격려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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