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에서

 

바람은 멎지 않았다

강물은 어제 하루만큼 더 깊었고

전쟁처럼 널브러진 가로수 잎잎 사이로

그는 그 넓은 가게를 홀로 지키고 있었다

밝은 적색의 스웨터는

칠흑 같은 그의 살결과 눈동자를 더욱 돋보이게 하였다

이제 더는 말할 것이 없었다

흑단 티크 주목 상아를 껴입은

사바나의 온갖 들짐승들이

난로 하나를 둘러서서 또 한 가을

조용하게 늙어가고 있었다

그들 중 아무도 몸짓하지 않았다

고국은 때로 빛바랜 꿈으로 어른거리며

한 무리 누 떼처럼 스쳐지나가고

바람은 포화처럼 잎잎 사이로 울었다

이제 더는 홀로일 것도 없다

남은 일은 그저

점점 더 단단히 굳어지고

점점 더 바람을 닮아가는 것

하기사 누구나 다 홀로인데

누구나 다 타향살이인데

외려 이제는 숫사자처럼 즐거웁구나

칠흑 같은 그의 하얀 손금이

강물보다 더욱 깊어오며

나는 그중에 가장 목이 길어 슬픈 짐승을 쥐어

계산대에 올려놓고

그의 곁에서 잠시 동안 같이 난롯불을 쬐일 뿐이었다

바람은 멎을 줄을 몰랐다

일러스트·우해은 기자
일러스트·우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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